매일신문

[기고] 긴축예산, 지역 경제 독(毒)인가

내년도 본예산안 올해 본예산 대비 2천억원 줄어
긴축재정 지역 경제 타격 주장 있지만…"지출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 예산 줄인 것"
"민간 부문의 활력 제고와 경제 체질 개선 투자 오히려 늘어"

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대구시는 내년도 본 예산안 편성 작업을 마무리하고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시의 내년도 본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10조7천억원보다 2천억원 감소한 10조5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 예산 규모가 감소한 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3천억원이 줄어든 이후 역대 2번째다.

내년도 세입은 국고보조금이 3천억원 이상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지속과 부동산 경기 회복 불투명 등으로 올해 세입 대비 5천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지방채 발행이나 유휴 공유재산 매각 등 다른 세수 확보 대책 없이 대구시가 내년도 세입 감소 전망에 맞게 세출예산을 편성하려면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기정 예산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대구시는 내년도 본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출구조조정으로 세출 요구액 기준 1조5천억원 가량 감축했다.

이런 대구시의 긴축재정 운용방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 대응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구시의 긴축재정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즉, 미래 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확대재정을 통해 지역 경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중동전쟁 등으로 국내 소비 및 투자, 수출 여건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정만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는 일부 타당하다.

그러나 지출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재정 수혜를 받지 못하게 된 건 결국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자라는 점에서 예산 규모가 감소하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관행적이거나 선심성 현금사업, 성과 미흡 혹은 유사 중복 사업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구시의 내년도 예산 규모가 불가피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투자사업과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을 하는 복지예산 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향후 50년 이상 지역 경제를 이끌어갈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이나 로봇, ABB, 미래모빌리티, 비메모리 반도체 등 미래 5대 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사업 등은 오히려 증액 편성했다.

대구시 일반 회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복지예산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오히려 증액됐다.

이미 선진국 경제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과거 고도 성장기와 같은 높은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2%를 밑돌고 내년에는 1.7%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섬유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대구 지역 경제는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 되고 산업구조 개편에 실패하면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제구조하에서는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규제개혁이나 생산성 혁신 등을 통한 민간 부문의 활력 제고와 경제 체질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따라서 어려운 세수 여건하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을 정리하며 감소하게 된 예산 규모만으로 지역 경제의 대응 능력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민간경제 활력 제고와 산업구조 개편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사업 예산이 증액 편성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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