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수도산자락에 위치한 '인현왕후길'은 2013년 김천시가 조성한 숲길 둘레길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청암사 근방과 무흘구곡 구간을 거쳐 돌아오는 약 8.1㎞ 코스다.
인현왕후길은 2018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에서 추천하는 걷기여행길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사이로 이어진 평탄한 숲길
10월 끝자락에 방문한 인현왕후길은 '발에 밟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귀밑머리를 스치는 산들바람', '키 큰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사이로 비치는 늦가을 햇살'로 기억된다.
인현왕후길의 여정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마을회관 근처에 자리한 공용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김천 시내에서 증산면 수도리 마을회관까지는 차로 한 시간쯤 걸린다.
공용주차장에 주차한 후 인현왕후길의 초입까지는 청암사 말사인 수도암으로 이어지는 약 700m 정도의 포장도로지만 숲길이 시작되면 길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들로 인해 한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인현왕후길은 전반부는 그렇게 경사지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완만한 경사의 숲길로 이어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숲길 좌우에 솟아 있는 키 큰 나무들로 하늘까지 두텁게 가려져 맑은 날에도 햇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약 4㎞를 걷다 보면 청암사 방향과 용추폭포 방향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청암사 방향을 선택하면 돌아오는 길이 만만치 않기에 대부분 용추폭포 방향을 선택하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택한다.
용추폭포 방향을 선택하면 계단으로 만들어진 가파른 내리막길을 약 1.5㎞가량 내려가 수도산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수도산 계곡에 위치한 용추폭포는 무흘구곡의 마지막 아홉 번째 지점으로 이곳부터는 폭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다.
갈림길에서 용추폭포를 거쳐 출발지까지 돌아오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과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다소 힘든 길이지만 수도산 계곡을 끼고 있어 산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용추폭포는 김천에서 수도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대로와 인접해 있다. 용추폭포 옆에는 용추소공원이 조성돼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출렁다리를 건너 수도산 계곡을 따라 일부 구간만 걸어보는 것도 인현왕후길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의 사연을 담은 숲길
조선 숙종의 왕비였던 인현왕후는 장희빈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남겨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이름이다.
인현왕후의 이름이 경북 김천시의 외진 산골 숲길에 붙여진 사유는 왕비에서 폐위되었다가 다시 복위되기까지 힘들 삶을 살았던 기구한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현왕후는 조선 숙종 시절 당시 남인의 지지를 받았던 숙종의 후궁 장희빈의 농간으로 폐위돼 궁궐에서 쫓겨났다.
의지할 곳 없던 그녀는 외가가 있는 김천까지 내려왔고 수도산 자락에 있는 청암사에 몸을 의탁한다.
청암사에 몸을 맡긴 인현왕후는 3년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매일 불공을 드리고 산사 주변 산길을 산책하며 시를 짓는 등 시간을 보냈다.
화려한 궁궐 생활에서 첩첩산중 산사에까지 쫓겨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한 여인의 굴곡진 삶은 갑술환국이 일어나 장희빈이 몰락하고 다시 왕후로 복위하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궁궐로 돌아간 후 인현왕후는 직접 글을 써서 청암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이것은 '인현왕후어제등록'이라는 글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산사에서 지냈던 인현왕후의 삶이 어땠을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인현왕후길에는 인현왕후가 청암사에 지냈던 이유와 복위되어 환궁하게 된 일대기에 대한 설명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지친 마음과 몸을 쉬어가는 국립김천치유의숲
인현왕후길과 연결된 국립김천치유의숲은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원에서 운영 중인 국립김천치유의숲은 224㏊의 울창한 숲속에 힐링센터, 치유숲길, 숲속교실, 전망대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국립치유의숲은 산림청 지정 '국유림 명품숲', 한국관광공사 선정 '웰니스 관광지', 경북도 선정 '경북관광 100선' 등에 지정되기도 한 힐링 명소다.
단지봉 아래 낙엽송과 자작나무 숲속에서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 체험이 가능하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도 좋다.
치유숲길은 30분이 소요되는 '관찰의 숲길'(1.6㎞)과 3㎞ 코스로 약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성장의 숲길', 4.5㎞ 코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걷는 '자아의 숲길', 5.7㎞ 코스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아름다운 모티길'로 구분된다.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숲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맨발걷기와 해먹체험으로 구성된 수도산 마인드 테라피, 숲피트니스와 이완명상으로 구성된 수도산 보디 테라피 등으로 대부분 2~3시간 동안 숲속에서 산림치유지도사 및 숲해설가가 진행한다.
이외에도 공예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컬러링작업을 통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는 '나만의 오색 숲', 피톤치드를 통한 쾌적감을 경험할 수 있는 '나만의 향기 숲'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국립치유의숲에서 즐기는 힐링 프로그램은 대부분 1시간에 5천원 정도면 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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