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남현희가 몰랐을까?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올림픽 펜싱 여자 은메달리스트 남현희가 재벌 3세인 15세 연하 남자 전청조와 결혼한다는 기사가 지난달 23일 한 여성 잡지에 나왔다. 남현희는 "자신에게 11세 딸이 있고, 상대와 15년 나이와 경제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펜싱 관련 사업을 하고 싶은데 같이할 마음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업안이 너무 좋아 '거절하면 바보다'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26일 '전청조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청조가 건넨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자신이 임신한 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 남현희는 '자신이 만났을 때 전청조는 이미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남자였다'고 주장하고, 전청조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남현희는 파혼 이후에 '재벌 3세라는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는 입장이고, 전청조는 '지난 2월에 남현희가 알았다'고 주장한다.

자식이 있는 15세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재벌 3세 청년, 아기를 낳으면 (자신이 언급한) 그룹을 물려주겠다는 말, 성전환 수술 후 성관계로 임신했다 등은 '3류 막장 드라마' 수준의 개연성도 없다. 남현희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을 때 네티즌들이 '수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약속하고, 사업을 함께 도모할 정도로 붙어 지낸 남현희는 그게 얘기가 된다고 믿었을까? 이재명이 김문기를 모르고, 이화영과 정진상이 한 일을 몰랐다는 말만큼이나 허황하다.

'운동만 한 선수다 보니, 세상 물정을 모를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그것도 남현희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두 개나 딴 사람이면 머리가 비상하고 눈치 100단이다. 탁월한 운동신경과 피나는 훈련만으로 그 정도 성취를 이룰 수는 없다. 체육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사진 등 어느 분야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는 허접한 거짓말들이 차고 넘친다. 이에 사람들이 속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의 거짓으로 자신이 얻을 이익(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어쩌면 사랑이든)에 눈이 멀어졌기 때문일 때가 많다. 허접한 거짓말에 속는 사람들은 거짓을 지지하고 방조한다는 점에서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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