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93>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가 힘든 시절을 겪는다. 삶이란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때로는 슬픔도 헤쳐나가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

오정희 소설가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밝은 밤은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후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최은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나(지연)이 이혼 후 서울을 떠나 바닷가 근처 작은 마을 희령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연은 희령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외할머니와 만나게 되고 외할머니와 가까워지면서 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 어머니의 삶을 전해 듣게 된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과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김현철 경상북도교육청의성도서관 사서
김현철 경상북도교육청의성도서관 사서

처음 답답한 심정의 나(지연)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 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14쪽)

이후에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을 얻은 나(지연)은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 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라고 생각이 변화하게 된다.(337쪽)

그리고 증조모와 새비 아주머니, 외할머니 영옥과 김희자 박사, 지연의 엄마와 명희 아줌마, 지연과 지우의 관계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그녀들의 사랑과 우정, 서로에 대한 헌신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렇듯 밝은 밤은 백 년의 시간 동안 4대에 걸친 모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아끼며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보듯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한다.

저자는 밝은 밤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람은 남한테는 잘하려고 하지만 자기 자신은 쉽게 평가하고 단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과거의 나를 곰곰이 돌아본다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고 말한다.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 힘내라는 말보다도 "지연이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 받고 변화했듯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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