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시대 역행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삭감, 원상 복구하라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이 전년보다 10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 지역신문은 건강한 지방자치와 지역 발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지역신문의 이런 공적 기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인 '지방시대'에서 더 의미가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을 대폭 줄였다.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행태이다.

정부는 올해 82억5천100만 원이었던 기금을 내년 72억8천200만 원으로 줄이겠다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특히 지역신문이 꼭 필요하다고 요구한 기획 취재 지원비, 지역민 참여 보도 사업, 지역신문 활용 교육 지원비 등을 크게 삭감했다. 최근 5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현황을 보면 ▷2020년 86억5천만 원 ▷2021년 86억9천900만 원 ▷2022년 82억6천400만 원으로 한 자릿수 증감률을 반복했으나 내년엔 11.7%나 깎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든 이 기금은 첫해 250억 원에서 한때 4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한 적도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시혜성 예산이 아니다. 이 기금은 지역신문이 지역 이슈 발굴 및 여론 반영을 통해 민주주의와 국토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미국, 유럽 등도 지역언론을 사회간접자본으로 여기고 있다. 국회가 2021년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을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전환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 지역민들도 지역신문 역할론에 우호적이다.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지역신문 구독자를 조사한 결과, 85.9%가 지역신문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83%가 '지역신문이 지역사회와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복원해야 한다. 정부가 삭감한 내년도 예산을 적어도 올해 수준으로는 회복시켜야 한다. 비수도권 2천500만 명의 여론을 대변하는 많은 지역신문들에 기금을 배분하기에는 현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관련 상임위의 위원장과 여야 간사 모두 지역신문을 잘 이해하는 의원들이니, 성의 있는 예산안 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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