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못지않게 양육 부담도 젊은 부부의 출산을 막는 장애물이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양육비에 한 명 월급을 전액 지출하거나, '학원 돌리기'로 보육 공백을 메우는 상황에 몰린다.
◆부부 한 명 월급 다 써야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낳고 가장 먼저 SOS를 요청하는 곳은 아이의 할머니·할아버지다. 이 같은 '조부모 찬스'가 여의치 않다면 부부 중 한 명 월급은 고스란히 양육비에 드는 게 일반적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돈이 필요해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정작 아기가 생기면 돌봄 공백으로 부모 중 한 명이 경력 단절 위기에 놓인다. 여윳돈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추가 출산은 단념하는 악순환에 이른다.
대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A(35) 씨는 출산 휴가 3개월과 1년간의 육아휴직을 하던 중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최근 복직했다. 육아휴직을 연장하기는 회사에 눈치가 보이고, 생후 100일에 그치는 둘째를 당장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베이비시터에게는 육아뿐만 아니라 아이 관련 빨래, 이유식 만들기 등 집안일을 하는 조건으로 월 220만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A씨는 "그나마 지방이라 이 정도 예산으로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었다. 서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비용으로는 조선족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시터는 비용과 무관하게 부모와 육아 성향이 맞는 사람만 구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다"며 "평이 좋은 베이비시터는 1년 이상 장기간 고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명절 선물, 보너스 등을 따로 챙겨주며 '모시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학 후엔 '학원 돌리기'
자녀가 영·유아기를 넘겨도 '돌봄 지옥'은 끝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자녀의 부모들은 '학원 돌리기'로 보육 공백을 메우느라 가계부 속 지출 내역이 빼곡해진다. 실제 학기 중 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학생들을 태워 가려는 각종 학원 차량으로 북적인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태권도학원 사범 B씨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학원 차량이 아이를 픽업하는 경우도 있고, 돌봄교실을 마친 후 학원에 가는 학생도 있다. 태권도 수업 시간이 끝나면 각 학생들을 집까지 차로 귀가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무언가 배우게 하려는 목적으로 학원에 보낸다기보다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이 돌봐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간제 근무로 부모 대신 자녀를 데려다주는 등·하원 도우미 고용 비용도 베이비시터 시급에 육박한다. 학원비에다 각종 돌봄 비용을 더하면 한 명 월급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자녀가 방학을 맞이하거나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가족 전체가 비상사태에 직면한다. 방학 때는 돌봄교실, 학원 특강 등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자녀가 머물 곳을 찾아 일정을 짜야 하고, 아이가 아플 때는 부모 중 한 명이 회사 눈칫밥을 먹어 가며 자녀를 챙겨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급한 상황에 아이돌보미를 연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기는 한데 아이가 낯을 가릴 수도 있고, 생판 모르는 남에게 아기를 맡긴다는 데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기혼 경단녀 10명 중 '4명'은 육아 때문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 어렵다 보니 부모가 경력단절에 처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특히 부부 가운데 주로 양육 역할을 많이 맡는 여성에게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139만7천명으로 조사 대상자의 17.2%를 차지했다.
이들이 직장(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육아'(42.8%)가 가장 많았다. 기혼 여성 10명 중 4명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이어 ▷결혼(26.3%) ▷임신·출산(22.7%) ▷가족 돌봄(4.6%), 자녀 교육(3.6%) 등 순이었다.
연령대별 경력단절 비율을 보면 주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대 여성층이 43.0%로 가장 많았다.
또한 대구행복진흥원의 '2023 통계로 보는 대구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경력단절 여성 6만9천68명의 경력 단절 사유는 ▷결혼 준비(34.9%) ▷육아(30.9%) ▷임신·출산(24.7%) ▷가족 돌봄(5.5%) ▷자녀 교육(3.9%) 순이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전년보다 5만1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2019년 19.2% ▷2020년 17.6% ▷2021년 17.4% ▷지난해 17.2%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6명 중 1명은 경력단절 여성인 만큼 비중이 적지는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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