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도입 두고 환자-의료계 평행선

의료계 "고위험 의료행위로 소송 내몰리면 필수의료 더 고사"
환자단체 "입증 책임 전환 방안 마련돼야"

지난 10월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월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의사들의 의료 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 단체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의료분쟁 제도 개선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의료 소송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로의 의사 유입을 유도하고자 ▷보상 강화 ▷근무 여건 개선과 함께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의료계에선 정상적으로 의료 행위를 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 탓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고 주장해왔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가 의료 분쟁의 현장으로 변할 경우 의사들이 방어 진료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제출받은 '진료과목별 의료분쟁 조정 신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만733건의 조정 신청을 분석한 결과 ▷정형외과(2천302건·21.4%) ▷내과(1천474건·13.7%) ▷신경외과(1천20건·9.5%) ▷외과(696건·6.5%) ▷산부인과(519건·4.8%) ▷흉부외과(464건·4.3%) 등 필수의료 과목들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대구 한 의원장 A씨는 "일례로 분만 사고는 확률적으로 '0'이 될 수가 없는데 이를 담당 의사의 무거운 책임으로 돌린다면 필수 의료를 지원하는 의사들은 지금보다 더 없어질 것이고, 결국 이는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차를 몰다가 과실로 사고를 낸 운전자들도 대부분 자동차종합보험으로 처리하지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진 않는다. 의사들의 의료 사고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B씨는 "수술 부위를 착각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없었음에도 의료 사고가 모두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면 수술 현장에 남으려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보상 범위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이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나라 형법은 고도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는 업무상 행위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가중하는데, 여기에는 의료·간호행위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의료인이 실수해 환자가 피해를 입으면, 충분히 설명하고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적정한 피해 배상을 신속하게 한다면 상당수의 피해자와 유족은 의료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