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크게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1904년 세상은 점점 어지러워집니다. 그러기에 더욱 편안한 세상을, 그것도 크게 편안한 세상을 바라 보게 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나라가 편안해지길 기원합니다."(대안문 현판 이야기 중)
'대안문(大安門)' 현판은 덕수궁(옛 이름 경운궁) 정문에 걸렸던 현판이다. '크게 편안한 문'이라는 뜻으로, 나라와 국민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가로 3m, 세로 1.2m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현판 중 가장 큰 크기의 이 대안문 현판이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전시된다.
7일부터 열리는 국립대구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에서는 민간현판, 궁중현판 등 105건 114점의 다양한 조선시대 현판을 만나볼 수 있다.
조선의 건물에는 왕실과 민간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현판을 달았다. 현판은 공간의 이름표이자 역사를 함께한 시대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현판식'이라는 말이 있듯 현판은 건물과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보, 보물로 지정된 현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현판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현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글쓴이, 글씨체 등을 살펴본다. 2부는 집의 이름, 배움과 가르침, 사람과 자연의 조화 등을 담은 민간의 현판을 보여준다.
3부에는 궁중의 현판이 자리한다. 백성을 위한 마음, 신하와의 어울림, 성군의 도리를 주제로 다양한 궁중 건물의 현판을 소개한다. 국가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이상을 담아낸 현판을 통해 조선 궁중 현판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다. 4부는 민간과 궁중의 현판을 함께 전시했다.
전시실 일부에는 미디어 아트 '옥같이 맑은 물방울이 모이는 곳', '밝은 달의 주인'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몽환적인 영상과 조경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현판과 관련된 내용으로 꾸며졌다.
특히 국립대구박물관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상세한 정보가 담긴 현판 설명카드를 각 전시품마다 제공하고 있다. 현판에 쓰인 한자부터, 명칭을 쉽게 풀이한 우리말, 글자체, 설명, 현판의 위치, 현판 이야기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떤 현판이 더 높은 등급을 가졌을까? ▷현판 글씨를 제일 많이 쓴 왕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궁중 현판은? ▷현판의 바탕을 검은색으로 칠한 이유는? ▷왕이 가장 어린 나이에 쓴 현판은? ▷어떤 한자 글씨체를 가장 많이 사용했을까? 등 현판과 관련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무료다. 단체 당 예약 가능 인원은 최대 60명이며 국립대구박물관 홈페이지(daegu.museum.go.kr)에서 단체 관람 예약이 가능하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은 변했으나, 남아 있는 현판들은 사람 간의 연대, 나눔과 조화를 통한 '사람다움의 발견'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2023년 현재, 우리가 현판을 되돌아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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