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매도 둘러싼 정치 공방 확전 경계해야

금융위원회가 휴일(5일)임에도 예고 없이 임시 회의를 열어 공매도 금지 결정을 내렸다. 내년 6월까지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과 코넥스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지난 4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꼭짓점에서 추락한 주식 소유자들은 크게 박수 치는 분위기다. 이들의 주가 하락이 대규모 불법 공매도 때문이기에 일반 개인 투자자(개미)들은 공매도 금지에 적극 찬성이다. 특히 공매도 특성상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들만 재미를 볼 수 있어, 공매도 시장에서 희생양은 언제나 '개미'들이었다.

불법 공매도는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까지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적발과 단속에 어려움이 심하다. 첨단 수법을 동원해 교묘하게 정상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면 사실상 금융당국이 적발해 내기 불가능하다는 말이 시장에 나돈다. 공매도 담보의 경우 '개미'들은 외국인·기관들보다 15% 더 갖고 있어야 해 공매도 제도 자체가 자본가들을 향해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이 나서 "공매도를 활용한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으나, 금융당국 결정은 정책적인 보완 차원이 아닌 한시적이지만 전면 중단 수준이다. 당장 해법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공매도는 주가 거품에 경고를 주고 시세 조정을 억제하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에 환멸을 느낀 이들의 공매도 금지에 대한 열기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번 기회에 대대적 수술을 통해 더욱 성숙한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치적으로 확전되어도 안 된다. 20개월 만에 수출·무역 동시 흑자를 기록하며 힘겹게 제 궤도에 올라온 우리 경제에 정치 공방이란 새로운 걸림돌 발생은 경계해야 한다. 공매도 금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의 확산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우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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