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시대판 SNS, 6천여장의 편지교류' 홍와고택 특별전

한국국학진흥원 기탁문중예우 특별전, 7일 성산이씨 홍와고택 전시 개막
9천700여점 유물 기탁, '멈추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의를 향해 나가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도 함께 선보여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멈추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義(의)를 향해 나아가라.'

한국국학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2023년 기탁문중예우 특별전 '성산이씨 홍와고택-멈추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義를 향해 나아가라'를 7일 개막했다. 내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이날 전시 개막에 앞서 고령군의 지원으로 독립운동가 홍와(弘窩) 이두훈(李斗勳· 1856~1918)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도 함께 진행했다.

성산이씨 홍와고택은 국학진흥원에 9천700여 점의 문중 유물을 기탁했다. 이 가운데 홍와 이두훈이 받은 편지만 6천 장에 달한다. 매일 1통의 편지를 받았다 하더라도 1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두훈에게 편지를 보냈던 인물은 친인척을 비롯해 이승희, 곽종석, 장석영, 윤주하 등 스승 한주(寒洲) 이진상(李震相·1818~1886)의 문하에서 함께 공부하며 항일 운동을 도모했던 동료들이다.

개화의 길목에서 일본의 침략을 맞닥뜨린 근대 지식인들은 결속과 연대를 더욱 강화하며 서로 소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나라의 위기에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던 시절이었다. 6천 장의 편지는 그때의 역사적 시간을 담고 있는 유물로서 가치와 의미가 크다.

홍와 이두훈이 편지를 통해 구축했던 당대의 지식인 네트워크를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선대의 시문을 모아 편찬한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선대의 시문을 모아 편찬한 '신안세고'.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전시 영상에서는 홍와 선생의 손자인 기탁자 이진환 전 고령군수가 집안에서 보관하던 수많은 편지들을 해마다 두 번씩 거풍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유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52점이다.

홍와 이두훈은 1907년 일본에 진 나라의 빚을 국민들이 모금으로 갚기 위해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며, 고령지역의 국채보상 모금 활동을 이끌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을 통해 그가 추진했던 국채보상 관련 활동뿐만 아니라, 당시 고령의 수많은 사람들이 의연금을 내며 뜻을 함께했던 사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경북 고령 관동마을에 뿌리내린 성산이씨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들과 선대(先代)의 시문을 모두 모아 필사한 '신안세고'(新安世稿), 홍와 이두훈의 다양한 저술들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도입부에 마련한 가로 12m의 와이드 영상에서는 기탁자의 인터뷰와 고령 관동마을의 전경, 홍와 이두훈의 삶과 그 자취가 담긴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이번 성산이씨 홍와고택 전시 개막에 발맞춰 '독립운동가 홍와 이두훈 선생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해 연구성과를 토대로 전시 내용의 깊이를 더하고자 했다. 자료를 기탁해 주신 홍와고택 문중과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준 고령군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고령의 성산이씨 홍와고택 기탁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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