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김포 골드 라인을 관리하는 한강 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가 영혼 없이 쏘아 올린 '김포 서울시 편입'은 김포시를 넘어 서울과 인접한 다른 지역들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악명 높은 김포 골드 라인에 대한 교통 대책은 간데없고 부동산 욕망만 자극시켰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며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나?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심각하고, 낮은 출생률과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정부 발표 자료와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잘 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되면서 1년 전보다 0.03명(3.7%)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 우동기)는 지난달 30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계획은 '지방 주도 균형발전, 책임 있는 지방분권'의 지방시대를 목표로 하여, 지방의 자생력‧경쟁력 제고와 혁신성‧성장성 구현을 통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구현을 담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월 2일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 경제'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인구 집중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거점도시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 비중(50.6%)은 OECD 26개국 중 가장 크다. 특히 인구 2~4위 도시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서울 집중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높다는 뜻이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 의견이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 1일 전국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포 등 서울 근접 중소 도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해 '반대'가 58.6%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CBS 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포시 서울 편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5.5%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 두 조사 모두 김포시 편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에서 반대 비율이 모두 60%를 넘어 수도권에서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밝힌 '메가시티 서울' 구상은 정부 정책, 한국은행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숙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즉흥적이고 정략적인 구상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 참패로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뜬금없이 들고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고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수년간 노력해 온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계획은 결국 무산되었다. 광역권 거점도시 계획을 내팽개치고 수도권만 비대하게 만들려는 것은 지방 소멸과 국가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다.
김포가 뛰니까 서울 인접 도시들도 덩달아 꿈틀거린다.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해 유권자의 '욕망'을 채워 주고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정당과 정치가 아무리 표를 받아먹고 산다고 하지만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가의 운명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미래를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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