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7광구의 대륙붕 영유권을 선포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던 우리는 산유국의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런데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일본이 개입한다. 결국 7광구는 1978년 한일 공동 개발구역(Joint Development Zone·JDZ) 협정을 체결하고, 1980년부터 한일 양국이 탐사‧시추를 시작한다. 하지만 1986년 일본이 비경제성이란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7광구가 개발 중단으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지만, 문제는 2028년이 되면 공동 개발 협정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독식을 노리는 일본이 유리하게 된다. 7광구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풀었어야 하는 긴급한 사안이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현 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할 것이다. 장밋빛 석유 자원 확보를 넘어, 한‧일 상생과 협력이란 신뢰의 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이 사안의 급박한 상황을 들은 것은 2018년이다. 해군 장교 한 분이 심각하게 언급했고, 즉시 이 내용을 중앙 일간지에 기고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말았다. 5년 전에 이슈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달래면서도, 내가 놀란 것은 해군 고급 장교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국익을 내다보는 혜안이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은 군사‧경제적 관점이 맞물려 있다. 그 해군 장교에게서 신뢰를 느꼈던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우리 외교부는 2013년 유엔에 7광구가 한국 영토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JDZ 협정 기한 50년이 되는 2028년 6월이면 협정이 종료된다. 종료가 다가오는데, 2006년 중국은 이미 동중국해 7광구 인근 춘샤오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일본의 욕심으로 보이지만, 우리와 일본이 주저하는 동안 중국에 이어 미국도 7광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아미 베라 의원이 제7광구 자원의 한·미·일 공동 탐사 논의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에 따르면 7광구 일대에는 천연가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는 미국 매장량의 4.5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현재 유가로 산정해도 매장 석유의 가치가 대략 9천조 원이다.
지난 8월에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 베라 의원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갈 것이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동중국해 공동 탐사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한·일 공동탐사 지역에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여기서 동중국해 공동 탐사는 중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입장에서 한·미·일 핵심 현안으로 부각함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이 7광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우리에겐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 면적에 버금가는 광대한 대륙붕에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석유가 매장되었다는 것이 낭설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산유국의 부푼 꿈을 반드시 달성해 주길 바란다. 2028년 6월, 즉 종료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한·일 양국은 어느 쪽이든 조약 종료를 통고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협정의 만료가 결정되기에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은 외교력을 발휘해 한·일 공동 탐사를 통해 7광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와 일본이 반목하면 지리적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로 갖게 될 확률도 높다. 이 문제는 윤 정부의 외교력과 한·일, 또는 한·미·일 상생 협력의 전형(典型)으로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제 정세를 진단했던 박 전 대통령의 선견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 한류 성공의 바탕에는 그의 고속도로 건설,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원자력, 해양‧우주산업 등의 자주국방(국방과학연구소) 구축과 자원 확보 같은 혜안과 우리 국민의 노력 덕분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플랫폼들을 세계 최일류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을 선진 G7 국가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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