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칸 앞잘 아흐메드의 인도는 지금] ⑪인도의 한(韓)류와 한국의 인(印)류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 그리고 노래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한류의 인기 덕분에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그중에서 또 많은 사람이 한국을 찾고 있다. 인도는 다양한 동양 국가들과 색다른 문화를 누리면서도, 한류에 대한 열광만은 남다르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 한류에 대한 열광에도 관광에 대해서만은 한국보다 일본을 더 선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위 "인도 카레 문화권"에 속한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나라의 사람들 역시 한국관광에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뉴델리에서 개최한 2023년 한국관광 페스티벌의 포스터.
인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뉴델리에서 개최한 2023년 한국관광 페스티벌의 포스터.

◆인도에 부는 한류 열풍. 방문객은 적어
외국 관광객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국가의 경제력은 향상된다. 2022년에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한국이 관광 분야에서 매년 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향후 10년 동안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확보할 것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 관광 분야의 GDP가 연평균 4.8%씩 성장해 국가 전체 경제의 성장률 1.8%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관광객들의 유치는 특히 국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경제성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년간 국적별 상위 5개국의 방한 관광객 추이도_한국관광 데이터랩.
지난 1년간 국적별 상위 5개국의 방한 관광객 추이도_한국관광 데이터랩.

지난 1년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를 살펴보면, 일본인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중국, 미국, 대만이 뒤따른다. 한국을 방문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 한국의 음식, 한국 명소를 경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관광에 발걸음을 아끼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국 드라마, 영화와 K-Pop에 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서양이나 미국식 드라마에 비해 다양한 감정에 큰 비중을 두고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다룬다. 그리고 대부분 길어도 적당한 횟수로 끝나며, 쓸데없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지도 않는다. 애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가족과 함께 시청하기에 적합하고, 서양에서는 수시로 등장하는 키스 장면조차도 드라마 이야기 전개상 중·후반부에서야 겨우 등장할 정도로 순결성이 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남성 배우들까지 슬픔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들 남자 주인공들은 인내심과 감수성 그리고 낭만성 또한 풍부하다. 즉, 가부장적이며, 잘 울지 않고 독단적이며, 딱딱한 남성성과 반대된 부드럽고 낭만적인 모습이 많아 동서양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부족함이 없다. 많은 외국 여성이 이러한 한국 오빠 형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한국에 관광을 온다는 설까지 나돌 정도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국내 관객들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까지도 등장인물들과 공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간상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 인물들에 매료된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을 방문하게 되고, 이 방문의 결과 경제적 이윤이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뭣 때문인지 인도에서의 이들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14억 인구의 인도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지는 않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인의 입장에서 한국이 영어권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지적할 수 있다. 아울러 아직도 양쪽 정부가 협약을 통해 진행한 민간교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서 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인도 영화계인 발리우드가 매년 진행하는 영화 시상식을 서울에서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수천 명에 달하는 참석자의 비자 발급에 문제가 있어 그 계획은 끝내 무산되어 버렸다. 만약 그 당시 인도 영화 시상식이 서울에서 열렸다면 엄청난 수의 인도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인도인들은 관광을 위해서 아랍에미리트, 태국, 영국을 가장 많이 찾는다. 인도인들이 이 국가들을 방문하는 이유는 인도 영화에서 이 지역 관련 장면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 장소가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정부는 2024년까지 인도인의 해외여행비 지출 규모가 연간 420억 달러(약 53조8천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인도인을 관광객으로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구 대국인 인도는 종교대국인 동시에 영화 대국이기도 하다. 인도 국민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것 중의 하나가 자국에서 제작한 영화를 보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인도인들이 인도 영화를 보며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촬영한 인도 영화는 고작 1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작 영화인 '로마의 휴일'을 생각해보자. 영화의 한 장면에서 로마를 방문한 외국 공주가 로마를 아름답게 여행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 영화 덕분에 로마를 몰랐던 외국인들이 성 베드로 광장,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 등 명소를 쉽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로마를 방문한 많은 관광객은 남녀주인공이 밟았던 여정을 따라 여행한다. '로마의 휴일'은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소개하는 영화 등 한류 업그레이드 필요
지금까지 한국을 소개하는 인도 영화, 그리고 인도를 소개하는 한국 영화라고 하면, '갱스터', '김종욱 찾기' 등 손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많지 않다. 인도 영화 '갱스터'는 2006년에 인도대사관과 한국문화진흥원의 협약을 통해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시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았으나 인도에서는 크게 호평을 받았다. 많은 인도인은 이 영화를 통해서 청계천, 신촌, 남산, 시청 등 명소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한 편 이후, 더는 한국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탓에 한국 관광을 향한 인도 대중들의 관심은 금방 식어버렸다. 이제부터라도 영화를 통해서 한국을 향한 인도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사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2006년에 한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인도 영화
2006년에 한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인도 영화 '갱스터'의 한 장면.

인도관광객 유치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로는 음식문화의 차이에 대한 인도인들의 두려움을 들 수 있다. 인도는 카레 대국이자 향신료 대국인만큼 음식 습관 면에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 음식이 다양하며 세계 많은 사람을 열광시키는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질적 맛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국 여행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인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의 음식 문화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잘 보여줘서 한국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요소들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인도인들이 왜 꼭 한국에 와봐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인도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많다는 사실을 인도 대중들에게 인지시킬 때, 한국을 향한 인도인들의 호기심 역시 유발시킬 수 있다. 예컨대 인도인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불교 관련 이야기, 김해의 김수로 왕이 결혼한 여성인 허황옥이 곧 인도인이었다는 이야기, 6·25 전쟁에서 전사한 인도 군인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활용해 재미있는 영화 콘텐츠로 만들면, 인도인들은 흔쾌히 한국을 여행 코스의 명단에 올리게 될 것이다.

주인도 대사 장재복이 한류의 인도 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고 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 제공.
주인도 대사 장재복이 한류의 인도 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고 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 제공.

한국은 그동안 유교 문화의 공통점 때문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인도 시장으로 대체해가는 많은 선진국처럼 한국도 경제 급성장 중인 인도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도에서의 한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한국에서의 인(印)류 활성화가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교수 khanafzal@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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