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17년 99만2천363그루에서 2021년 30만7천919그루로 감소세에 있었으나, 2022년 37만8천79그루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4월 기준 106만5천967그루로 크게 늘었다. 지금의 추세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대확산한 2007년과 2014년에 이은 '3차 대확산'으로 보여진다.
1988년 국내에 재선충병이 처음 발병한 뒤, 산림청은 완전 방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방제를 장담했지만 올해까지 1조5천25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확산의 기로에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35년 동안 국가의 막대한 예산 낭비와 실효성 없는 방제를 하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림청은 기후 위기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이 확산된다고 주장하지만, 전국의 방제 현장에선 '방제 무용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윤미향 국회의원실에서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산림 시공 분야 종사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정책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활동 지역과 주변 지역의 재선충병이 줄어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8%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답하였고, '별 차이 없다'는 38.6%, '줄어들고 있다'는 12.7%, '거의 사라졌다'는 1%였다. 또한 소나무재선충병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나무 주사·농약 방제의 효과가 없고,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으로 방제가 무의미하다'(49.2%)는 응답과 '방제 예산 대비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훨씬 더 크다'(42.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 방제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응답도 8.2%, 그리고 향후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한 방제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74.6%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로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35년 동안 예산 낭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제 방법을 실행한 일본에서는 지켜야 할 소나무 숲만 방제하는 '선택과 집중' 정책으로 전환한 바 있고, 포르투갈의 경우는 2007년 조기 박멸 프로그램 실패 후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무송 지역을 넓히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산림청은 효과적인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서는 목적하는 해충을 달리해야 할것이다. 매개충이 아니라 실제로 나무에 병원성을 보이는 재선충을 잡지 못하면 방제 활동은 의미가 없다. 화학적 방제는 잠시 전파 속도를 늦추고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어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실패한 방제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라도 시인하고 방제 무용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산림청은 재선충 치료제는 없고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긴급 방제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째 맹독성 물질이 함유된 화학적 방제 약품만을 고집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실패한 일본의 방제 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산림청은 지금이라도 진정으로 소나무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곤충, 환경, 병해충 전문가 그리고 시민 단체의 의견을 받아 전면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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