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쓴 김혜진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2021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목화맨션', 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미애', 2022년 김유정문학상 수상 후보작 '축복을 비는 마음' 등 발표 시점부터 기대를 모아온 수작들이 함께 수록됐다.

책은 집에 관한 여덟 편의 얘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집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 집을 둘러싼 삶의 모습이다.

어디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문제와 직결된다. 상품으로서의 집이 주거로서의 집을 압도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은 계급, 젠더, 지역, 세대를 비롯한 충돌과 직결된다. 전작 '불과 나의 자서전'에서 다룬 주거 문제, '경청'의 주요 화두였던 소통의 가능성, '9번의 일'에서 거론한 노동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 의식이 이번 소설집 곳곳에 녹아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등장인물이 놓인 다양한 처지는 전세 사기 대란, 기혼 유자녀 여성의 우울증, 청년 니트족의 증가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하나 애써 외면해온 문제를 연상케 한다. 개개인의 슬픔과 고통이 사회적 현상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소설집의 미학은 우리가 표면적으로 접하는 통계학적 수치와 뉴스 보도 너머의 진실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작가는 한 사람이 겪는 내밀한 어려움, 각자의 입장과 사정이 얽히고설키며 발생하는 역학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이 책에 실린 소설은 모두 집에 관한 얘기지만, 소설 안에서 집 자체를 묘사하거나 집에 온전히 집중하는 장면은 드물다"며 "오히려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들이 마주하는 시간, 집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변화하는 관계 등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마음들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각자가 간직한 유일하고도 개별적인 집을 한번쯤 떠올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어떤 시절에 내가 머물렀던 집들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단련시키며 기꺼이 나의 일부가 됐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29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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