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를, 어떤 그림을 좋아하세요?"
미술관이나 화집에서,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스며들어 늘 곁에 두고 싶은 그림들. 이유도 없이 웃음이 번지고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을 우리는 '인생 그림'이라 부른다. 그림의 유명세나 미술사적 중요도를 따지기보다는, 바라만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말이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마흔에 관하여',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등으로 50만 독자에게 사랑 받은 에세이스트 정여울이 언제나 바라보고 싶은 소중한 인생 그림 50편에 대해 얘기하는 미술 에세이다.
전세계 낯선 도시들의 미술관을 탐험하면서 만난, 영감과 희망, 사랑과 용기를 선사한 그림들을 큐레이션해 이 책에 담았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지은이의 내밀한 삶의 얘기가 어우러진 사적인 컬렉션을 엿볼 수 있다.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삶의 얘기를 투영하는 동시에 모든 고락(苦樂)을 아름다운 빛과 색채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이 "의외로 중요한 예술의 기능들 중 하나는 고통을 보다 잘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데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작가 역시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미술관에 오면 일희일비하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의 빛과 그림자를 더 또렷이 바라볼 수 있었다"며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희망이 좌절될 때마다 고흐의 별빛을 떠올린다"고 고백한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이 별빛의 본질을 색채로 옮기기 위한 고흐의 도전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떠올릴 때면 안일함에 빠진 자신을 다그쳐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작가와 같은 경험이 녹아든 그림이 있을 터. 제1관부터 제5관까지 이 책에 수록된 5개의 갤러리에는 만인의 최애 작가인 고흐부터 클림트, 호퍼와 샤갈, 모네와 달리의 대표작부터 피카소의 초기작, 여성 작가인 프리다 칼로와 엘리자베트 르브룅, 미국 민권 운동의 상징인 노먼 록웰의 작품까지 50여 개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전시를 '읽고' 떠나기 아쉬운 이들을 위해 작가는 또 하나의 특별관을 마련했다.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 퐁피두센터를 비롯해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등 작가가 사랑한 미술관들의 정경이 펼쳐진다. 미술관의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한 이승원 작가의 사진은 마치 전시관에 서 있는 듯한 실재감을 더한다.
바쁜 일상 속 자기만의 방으로 숨어들고 싶을 때 이 특별한 미술관에 발걸음해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해 마련된 듯한 이 전시장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읽고 나서는 순간 분명 우리는 어제보다 더 다정한 사람이 돼있을 것이다. 372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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