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전부터 부쩍 러닝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러닝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마치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처럼 가상의 코치가 개인의 러닝을 지도해주기 시작했고 혹은 러닝 후 인증샷 찍기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러닝에 나섰다.
기자 역시 지난해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어린시절 달리기에 영 소질이 없었던 터라 달리기는 질색하던 운동 중 하나였지만 나만의 속도로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리면 묘한 성취감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턴 러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생각해보면 경쟁이 싫었던 것 같다. 적어도 학교에서 시켰던 달리기는 늘 운동회나 수행평가 등 점수나 등수가 따라왔으니 말이다. 그런 부담에서 벗어난 달리기는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이었다.
"나만의 속도로 즐겁게 달리면 그뿐이다"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 '오늘도 달리기를 합니다'는 달리기에 진심인 작가 러닝해영의 달리기 생활을 담은 에세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나가 본 5㎞ 마라톤 대회가 전환점이 돼 이제는 달리기를 빼고선 인생을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5㎞를 완주하기도 힘들던 그는 어느덧 50㎞도 즐기며 뛸 줄 아는 러너로 성장했다.
저자가 많고 많은 운동 중 달리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따로 시간을 내 경험 해보지 않아도 일상의 경험 속 달리기가 꽤 녹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걷거나 뛴 것,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등이다. 둘째 달리면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좋다. 팔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한 채 뛰다보면 소란스러운 마음도 가지런해지고 우울한 기분도 사라진다. 마지막은 도착점까지 가면 된다는 목표가 단순하다. 힘들더라도 그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여 완주했을 때의 희열을 뛰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물론 달리기의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두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마라톤 대회라도 나가려면 그전 힘든 훈련도 필수다. 아무리 체력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하는 운동이다.
"틀 깨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쉽다고 생각하면 쉽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이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누구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경험은 작가를 러너로 성장시켰다. 달리는 과정에는 늘 시작과 끝이 있었고, 피하지 않고 극복하면 언제든 이전보다 나은 결과가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좀 더 자신을 신뢰하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즉 달리기는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운동이 아닌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러닝에 진심인 만큼 책에는 달리기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달리기의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풀코스를 뛰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런태기'가 왔을 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 저자가 달리기를 지속해 오며 부딪히고 깨달은 것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달리기에 필요한 장비, 달리기의 용어 정리, 러닝크루 가이드 등 달리기에 입문하는 사람이 궁금해 할 정보부터 아트 러닝, 트레일 러닝, 철인3종경기 등 달리기 경험을 쌓아 가고 싶은 러너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은 달리기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직 달리기를 시도하지 못했거나 좀 더 달리기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러너들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 200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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