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7년 초연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는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우선 당시로서는 드물게 테너가 아닌 바리톤이 남자 주연을 맡았다. 풍부한 성량과 넓은 음역에다 연기력까지 갖춰야 해 바리톤 최고의 배역으로 꼽힌다.
맥베스가 최후를 예감하며 부르는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역시 명곡이다. 권력을 향한 욕망이 부질없음을 한탄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노년의 안위도 다 사라진다. 오직 저주만이, 불행했던 기억만이 나의 만가(輓歌)가 되리라."
또 하나의 특징은 오페라 사상 유례가 거의 없는 '익명'의 여주인공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대로, 이름 없이 맥베스 부인으로만 소개된다. 하지만 나약한 남편을 부추겨 결국 왕위를 찬탈하는 그에게 이름 따위는 애당초 중요하지 않았으리라.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조선에는 김개시(가희)라는 궁녀가 있었다. 이름을 두고선 광해군이 '개똥'이란 천한 본명 대신 '가희'라고 불렀을 것이란 학설과 시(屎)가 '똥 시'이면서 '끙끙거릴 히'로도 쓰여 음차(音借)였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아무튼 김개시는 맥베스 부인 못지않은 권력욕의 화신(化身)이었다. 개혁 정치와 실리 외교를 폈던 광해군을 혼군(昏君)으로 이끌어 끝내 폐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에게 임금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 승진했다는 '산삼 정승' '잡채 판서'가 등장할 정도였으니….
다만 김개시의 최후는 국정 농단 측면에서 쌍벽을 이루는 연산군의 장녹수와는 달랐다. 반정 세력에 포섭돼, 쿠데타를 두려워하던 주군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어리석은 욕망에 병든 영혼이 사직(社稷)을 위태롭게 한 것도 모자라 배신까지 한 최악의 사례다.
소수 측근에만 의지하는 리더와 이에 영합하는 참모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도 참모의 그릇된 권력관이 야기한 비극을 여럿 봤다. 반대로 참모의 적절한 발탁과 활용은 그 시대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당연히 참모의 역할은 시기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우선일 때도 있고, 안정 추구가 시급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덧 내년이면 집권 3년 차를 맞는 용산 대통령실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가장 먼저 통찰력 있는 어젠다 설정과 적절한 정책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추진됐으나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참모들이 도덕성과 청렴성,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률은 절반에 육박한다. 거대 야당의 '근육 과시' 탓이기도 하지만 부실한 인사 검증도 원인이다.
대통령실이 대규모 인적 쇄신을 준비 중이다. 총선에 나설 '어공' '늘공'의 빈자리도 메워야 하고, 집권 3년 차 개혁 드라이브 선봉에 설 인물도 찾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며 인재 풀 확보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지역과 성별에 따른 안배도 살펴야겠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보여주기 식 깜짝 발탁은 대중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다. 한가하게 MBTI 검사나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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