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도권 규제 강화’만 외칠 게 아니라 지방 경쟁력 획기적 대책 짜야

앞으로 비수도권 소재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기존 공장을 이전·축소하지 않고 증설할 경우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용인시가 요청한 비수도권 기업 입주 규제 완화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 경제계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지방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수 있는 길을 열어 줘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과 수도권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수도권은 국가 성장률 제고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및 연구소가 많아 지식·기술 공유로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음에도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은 구미의 예에서 보듯 수도권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정부가 말로만 지방을 살리자고 할 뿐 실제로는 지방 특화단지를 무늬뿐인 특화단지로 만들고 있다고 본다.

규제를 강화해 수도권 경쟁력을 깎아서도 안 되고,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 산업이 성장할 싹을 잘라서도 안 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 관련 구체적인 영역과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지식 및 정보 기반이 강하다고 모든 산업 부문을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면 지방은 소멸하고, 국가 전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지방 도시들도 '수도권 규제 강화'만 외쳐서는 장기적으로 답이 없다. 용인 반도체 단지처럼 당장 닥친 문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되, 지방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현재처럼 광역지자체 단위의 산업단지 또는 단순히 기업 분산 차원의 접근으로는 수도권의 촘촘한 협업망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광역지자체 간 '메가시티' 차원의 연결과 협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역시 '산업 쪼개기'식 지방 지원을 넘어 지방 산업구조 새로 짜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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