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러정부 들어선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안 폐기

선거운동 때 내건 "총알 한발도 안준다" 공약 집행
전투기 최초 지원한 EU·나토 회원국의 단일대오 이탈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공식 임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공식 임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베르토 피초 신임 총리가 이끄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안을 폐기했다.

로이터 통신과 DPA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정부는 8일(현지시간) 각의에서 전 정부가 마련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전임 과도정부가 임기 막판에 마련한 군사 지원안은 140기의 방공미사일과 125㎜ 폭탄 5천여발, 400만발의 소화기 총탄 등 4천만유로(약 562억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취임한 피초 총리는 선거유세 기간 우크라이나에 단 한 발의 탄약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이를 실천했다.

피초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말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다만 인도적 지원과 계약에 따른 민간기업의 무기 공급은 계속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무기 공급국에서 평화 조성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EU가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2006∼2010년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12∼2018년 연속 집권하는 등 모두 세 차례 총리를 지낸 그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승리하며 총리직에 복귀했다.

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우군이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최초로 지원했고,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을 위해 국경도 개방해왔다.

그러나 인구의 80% 이상이 슬라브계인 슬로바키아는 전통적으로 친러시아 정서가 강한 편인 데다 친서방 정부의 실정과 러시아의 선전전까지 맞물리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진영에서 최초로 이탈한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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