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편의점을 앞을 지나다보면 큰 행사라도 다가오는 듯 현란한 포장지로 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슨 행사가 다가오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빼빼로 데이'라고 불리는 11월 11일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빼빼로 데이는 부산의 여중생들이 빼빼로에 편지를 넣고 주고 받으며, 친구간의 우정을 확인하는데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또, 수능 전의 학생들이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를 격려하는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달력을 보면, 이날은 공식적으로 '농업인 날'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11의 한자인 '십일'(十一)을 합치면 한자어 '흙 토'(土)와 같기에, 정부에서는 1996년부터 농업인들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했다. 숫자 1과 닮은 길쭉한 가래떡에서 착안해 2006년부터는 이 날을 '가래떡 데이'로 정하고 쌀 소비촉진에 노력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을 되새기고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쌀 소비촉진도 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래떡 데이는 빼빼로 데이와 비교해서 여전히 독특한 소비문화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쌀 적정생산의 대안으로 농협과 제과업체와 함께 새로운 식품원료인 가루쌀을 보급하고 산업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목표는 과잉생산되는 밥쌀용 쌀 재배면적을 가루쌀 농지로 대체하면서 밥쌀의 적정생산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기호와 요구에 맞는 새로운 과자류 개발로 과자시장에서 수입 원료대신 국산 가루쌀 원료 활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자류의 원료는 9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밀가루와 옥수수가루의 비중은 73.7%와 19.7%에 달하고 있다. 가루쌀은 밥쌀용 벼와 재배방식은 동일하지만 밀가루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국산 가루쌀을 원료로 하는 과자류가 널리 보급된다면, 산지 쌀의 수급 안정과 적정가격 보장도 가능할 것이다.
제과업체에서 빼빼로 과자의 막대를 가루쌀로 만든다면, 빼빼로 데이는 가래떡 데이도 되는 것이다. 정부가 쌀의 적정생산과 쌀값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인만큼, 내년에는 가루쌀로 만든 빼빼로가 진열되기를 기대해 본다.
농협 창녕교육원 이강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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