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무·스트레스에 실명” 악성민원 시달린 공무원 국가유공자로 인정

구청 청소과 근무하며 부당한 민원 지속 노출
"스트레스로 혈전 발생, 시력손상 가능성 있어"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한쪽 눈 시력을 잃은 전직 구청 공무원이 보훈대상자로 인정 받았다. 정부는 이 남성의 기저질환이 실명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구지법 행정단독(허이훈 판사)은 전직 달서구청 직원 A씨가 제기한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85년 임용돼 30년 간 근무 후 퇴직했다. A씨는 월성2동주민센터에서 근무중이던 2011년 3월 안구 쪽 혈관 질환으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A씨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생한 일이라며 2016년 공무원연금공단에 장해급여(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업무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후 2018년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A씨는 승소해 보상금을 받았다.

A씨는 이를 근거로 2019년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으나 대구보훈청 역시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부상,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번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구청 청소과에서 폐기물관리팀장으로 과태료 부과업무 등을 담당할 당시 거의 매일 위반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부당한 민원으로 감사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후 한 주민센터로 근무지를 옮긴 이후에도 청소과 시절부터 이어진 항의를 받았다. 또 이 지역이 기초생계급여수급자가 많은 지역이어서 관련 업무를 맡는 동안 민원인을 응대하느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A씨 사건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의도 "지속적이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혈전의 발생과 이로 인한 시력 손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법원은 관련판례를 들며 "직무수행과 부상·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됐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질병이 직무나 훈련 과중이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에도 그 경우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