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폭행당하는 여고생 구한 대학교수의 주인 의식

전북 전주시 한 거리에서 10대 여학생이 5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전북대 공대 교수가 폭행범을 제압하고, 경찰에 넘겼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쯤 발생했으며, 이 교수는 근처에서 야간 조깅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둔기와 주먹으로 폭행했으며 피해 여학생은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10일 전국 언론에 보도되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수의 건강한 마음과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또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에 절대 나서지 말자. 잘못하면 가해자로 몰린다. 도와주고 뺨 맞는다. 도와주려다 여학생 신체에 손이 닿아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치안은 경찰이 담당한다. 하지만 경찰력만으로 범죄를 100% 감지하고 예방하기는 어렵다. 경찰에만 치안과 질서를 의존하자면 천문학적 예산을 퍼부어야 하고, 우리 사회는 '경찰국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즉각적으로 제지하지는 못한다. 치안뿐만 아니라 화재나 응급 처치, 긴급 구조, 거리 청결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이런 모든 사안을 경찰과 소방과 의료진, 구청의 환경미화원에만 맡기자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내 집에 불이 나고, 내 집 수도꼭지가 열려 물이 철철 흘러 빠지고, 내 자식이 폭행당하는데 그냥 두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 다수가 주인 역할을 할 때, 사회는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청결해진다. 여학생을 구한 대학교수처럼 우리 모두가 용감하고 체력적으로 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못 본 척 외면하지 않고 경찰에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인 의식과 정의감은 가져야 한다.

거리뿐만 아니라 직장과 공공시설, 식당 등 어디에서든 마찬가지다. 직업 윤리를 지키는 것, 공공시설을 내 물건처럼 아껴 이용하는 것, 거리에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등이 모두 주인 의식이다. '주인'보다 '뜨내기'가 많은 사회는 위험하고, 불편하고, 불쾌하고, 더럽다. 사건·사고도 많다. 당연히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든다. 결국 그 피해와 손해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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