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편들어 탄핵안 재발의 길 열어준 국회사무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 검사,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민주당이 다시 발의할 수 있다는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이 논란을 낳고 있다. 국회사무처에 유권해석 권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등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애초 예고한 필리버스터를 포기하면서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탄핵안은 국회 보고 후 72시간 내에 처리돼야 하는데 이날 이후의 국회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탄핵안은 자동 폐기돼 12월 9일까지로 예정된 정기국회 내에 재발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자 민주당은 10일 탄핵안을 철회했다. 72시간이 지나 탄핵안이 폐기되기 전에 철회하면 정기국회 내에 재발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철회를 하려면 본회의가 열려야 하는 것이냐이다. 국회법은 본회의 '의제'가 됐을 때 해당 안건을 철회하려면 본회의를 열고 논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탄핵안 재발의 여부는 탄핵안이 '의제'인가 아닌가에 달린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보고'만 됐을 뿐 의사 일정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도 철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탄핵안이 의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같은 의견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탄핵안을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표결해야 하는 시간이 국회 보고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되는데, 탄핵안이 의제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박한다.

국회사무처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탄핵안이 의제로 정식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식과 배치되는 해석이다. 어떤 안건이든 본회의 상정과 동시에 '의제'가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국회사무처에 유권해석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사무처법은 사무처가 "국회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행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 지원 기관일 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탄핵안 철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되고 재발의도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유권해석이란 이름의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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