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 의료, 지역 의료 위기 극복을 위하여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의약 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3천500명이 3천58명으로 감소 동결되었고, 전 정부가 매년 400명씩 10년간 4천 명을 증원하여 이 중 3천 명을 의료 취약 지역에 배치하는 지역의사제를 시도하였다가 의료계의 반대로 실패하였다.
의료계는 필수 의료, 지역 의료의 붕괴는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의사 배치가 원인이고 따라서 의대 정원 증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OECD 회원국 평균에 현저히 못 미치는 인구 대비 의사 수와 의대 졸업생 수가 아니더라도 작금의 사건과 현상들, 즉,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의가 없어 숨지고, 지방의 17세 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고, 의사를 구하지 못하여 PA(Physician Assistant) 진료 보조 인력을 불법으로 활용하는 형국이다. 연간 모집 전공의는 4천 명인데 의대 졸업생은 3천 명에 불과하며, 진료 예약 대기 기간과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반면 환자당 진료 시간은 짧아지고, 최고의 의료 수준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의료사고가 빈발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필수 의료, 지역 의료 의사뿐 아니라 1차 의료 의사, 비임상 의사를 포함한 전체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18년간의 의대 정원 축소 동결, 번아웃과 낮은 의료수가 및 높은 의료사고 위험으로 인한 의사의 필수 의료 기피와 수도권 쏠림, 그리고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새로운 의료기술과 의료기기 및 신약의 개발, 의학의 발달로 인한 의학 세분화, 국민 건강 관심도 증가, 비임상 의사의 수요 증가, 해외 환자 유입 등이다. 특히 공급 감소의 원인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증원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 시도가 성공할 경우 의료 분야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증원을 반대해 온 의료계가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증원의 방법과 규모, 속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 남아 있으며 이는 의료 수요량과 공급량을 객관적 자료와 과학적 방법에 의하여 정확히 측정하여 정해야 하며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증원되어 양성된 의사들로 하여금 가치관과 사명감, 또는 제공되는 인센티브에 의하여 스스로 필수 의료, 지역 의료를 선택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의과대학 교양과정을 강화하고,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은 물론 의사의 개인 사정을 세밀하게 고려한 필수 의료, 지역 의료로의 유입책을 개발하여야 한다. 증원된 의사가 인기 과에 충원된 후 저절로 필수 의료로 흘러든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안이하게 기대하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의료정책은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하여 의료계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그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의료계 또한 인구가 줄어드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은 잘못이라는 피상적 시각에서 벗어나 숭고한 의업에 종사한다는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이익단체가 아닌 공익단체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하면 대통령까지 나선 이번 시도가 성공하여 필수 의료 위기, 지역 의료의 위기라는 국가적 만성질환, 난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틀 연속 '소신 정치' 선언에…여당 중진들 '무모한 관종정치'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조두진의 인사이드 정치] 열 일 하는 한동훈 대표에게 큰 상(賞)을 주자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로 재표결 시 이탈표 더 늘 것" 박주민이 내다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