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촌철살인] 논어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욕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욕설 퍼부은 송 전 대표…콤플렉스일까? 두려움일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서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서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조보(922~992년)는 중국 송나라 초기 명재상이었다. 태조 조광윤 휘하에서 핵심 전략가로 활동하며 건국에 공을 세웠다. '송'이라는 국호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태조의 그림자로 재상까지 되었다가 태조 사후 동생 태종 조광의 치하에서도 재상직을 유지했다. 조정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은 그의 자문을 받아 결정했다.

그런 조보였지만 콤플렉스가 있었다. 명문귀족이 아닌 아전 출신인 탓에 학문의 기초가 부실했다. 일반 문신들보다 학문이 빈약했음에도 재상의 중책을 연이어 맡게 되자 주변의 입방아에 올랐다. 태조는 이런 조보가 걱정돼 자주 공부를 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태조의 조언이 통했는지 조보는 집에 돌아가면 방문을 닫아걸고 상자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다음 날 조정에 나가서는 대소사를 척척 손쉽게 처리하곤 했다. 그가 죽은 후 집안사람들이 책 상자를 살펴보니 달랑 '논어' 밖에 없었다. 이 소문이 퍼져서 '반쪽의 논어로 나라를 다스린다(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라는 말이 생겨났다. 논어라는 책의 가치와 현실적 파괴력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건방진 놈', '어린놈'이라고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당선될 당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내가 돈 4천만원에 양심을 팔 사람이냐.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검찰이) 6개월 동안 이 XX을 하고 있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한동훈 장관에게는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300명 (국회의원들)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 (한 장관에게) 물병이 있으면 던져버리고 싶다"고 했다.

전직 여당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국의 장관에게 퍼붓는 욕설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공자는 공무를 보는 사람을 보면 상대가 젊더라도 반드시 일어섰고, 앞을 지나게 되면 종종걸음을 했다고 한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읽힌다.

송 전 대표가 논어를 '절반의 절반'이라도 읽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논어에는 배움과 교유관계, 예절, 입신, 효도, 치국의 방법 등에 대해 공자의 촌철살인의 어록이 담겼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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