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가업 승계 가로막는 가혹한 상속세, 이제는 제도 개선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상속세 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며 "국회가 개편안을 내주시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면서 논의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상속세 제도는 이중 과세, 가업 승계 걸림돌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국회와 정부는 '부자 감세' 비판을 우려해 손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속세율이 사실상 제일 높다. 상속세 최고세율 50%에다 경영권 승계 시 20% 할증까지 돼 실제 기업 상속세율은 60%이다. 55%의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일본은 2018년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추 부총리는 "전반적으로 이걸(상속세율)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넥슨그룹 김정주 회장 사망으로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는 유족이 넥슨 지주회사(NXC) 주식으로 현물 납세를 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NXC의 2대 주주가 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에 넘긴 기업들도 있다. 창사 30년 이상 중소기업의 81%가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폐업·매각을 고려한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선 기업을 키울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지난 3일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혹자는 경영권 상속을 '부의 대물림'이라고 비판하지만, 기업인들은 이를 '책임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한다"며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정신과 책임을 지킬 수 없도록 한다"고 했다. 상속세율이 70%였던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없애고, 상속인이 재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영국은 상속세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상속세 완화는 부자 감세'란 틀에만 갇혀선 안 된다.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일자리가 늘고,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상속세 제도를 전향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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