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재주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 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또다시 논란거리를 만들어 눈총을 받는 모양새다. 어린 유망주들이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축구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슈는 다른 이슈로 덮는다더니 논란은 다른 논란으로 덮을 모양이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개가 아니다. 무색, 무취라는 전술적 비판뿐 아니라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점도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내에 상주하길 거부하는 데다 차두리 코치에게 K리그를 챙겨 보는 일을 일임하다시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자세를 고칠 생각이 없다.
그런 그가 최근 말로 논란거리를 하나 더 늘렸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13일 열린 기자회견 도중 뱉은 얘기가 문제였다. 그는 "18세 이강인이 K리그에 있었다면 경기에 뛸 수 있었을까. 스페인이라 가능했던 일"이라며 "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유럽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조진호도 언급했다. 조진호는 전북 현대 유스 팀 출신 유망주. 클린스만 감독은 "조진호가 세르비아에선 1군에서 뛰지만 K리그에선 못 뛰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뛰면서 빛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얼핏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린다. 한국 축구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령별 대표 팀에 뽑힐 정도면 유망한 선수인 것도 맞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잘 키워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게 문제다. K리그를 무시하는 거라는 불만도 나온다. 'K리그를 보지 않는다' 'K리거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 참 낯설다. 그런 사람이 K리그 전문가인 것처럼 말하는 게 당혹스럽다.
클린스만 감독이 예로 든 조진호만 해도 K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쫓겨난 것'이 아니다. 전북 U-15 팀과 U-18 팀을 거쳤고, 전북이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으로 두 번 보내 성장할 수 있게 지원했다. 밀려난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유럽 축구 무대에 도전했다.
그의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K리그는 엄연히 프로 무대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기에 '가장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어리거나 연령별 대표 선수란 이유로 무조건 경기에 내보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축구에 무지한 게 아니라면 K리그를 우습게 보는 말이다. 조언과 폄하는 다르다.
더구나 K리그가 어린 선수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U-22 룰'을 적용해 사실상 22세 이하 선수들을 출장시키라 강요한다. U-22 선수를 1명 이상 선발 명단에 포함해야 하고(포함되지 않은 경우 교체 카드 2장), U-22 2명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아야 교체 카드를 5장으로 늘려 주는 게 이 규정이다. 어설픈 전문가 행세가 어이없는 이유다.
이러다 보니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협회장에게도 비난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협회와 정 회장은 눈을 감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전문가랍시고 문제 많은 이들을 장관으로 지명하고는 논란이 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현 정부가 떠오른다. 문제 인물을 뽑은 사람부터 책임지고 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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