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가 명운 걸린 반도체 산업 체질 개선, 총선 주자들의 역량 기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구미가 반도체 없는 반도체 단지로 전락할 위기"라고 했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비수도권 기업 입주를 허가한 데 따른 항의성 발언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 공장을 수도권에 뺏긴 쓰린 기억이 있는 경북으로서는 당연한 처사다.

이 지사는 비수도권에도 용인에 상응하는 대규모 규제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부총리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쏠림 심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비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국내 반도체 생산 라인은 충북 청주가 마지노선이다. 그 밑으로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이 한 곳도 없다. 지방이 아무리 큰 규제 변화를 가져오더라도 수도권 중심으로 이미 설치된 커다란 공장들을 옮길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국내 반도체 산업은 장치산업화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가 장치산업화된 이유는 간단하다. 소품종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 있어서다. 2020년 국내 기업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에 이른다. 반면 소량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의 성적은 3%에 불과하다. 시스템을 비롯한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이 메모리보다 3배나 더 크지만 한국은 레드오션인 메모리 분야에만 치중해 왔다.

획기적인 발상이 최근 대구에서 나왔다. 지금의 도청 후적지를 컨트롤 타워로 하고 포항과 울산부터 구미에 이르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 집적 벨트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른바 파이(π) 프로젝트다. 대기업에서 퇴직을 앞둔 경북대 전자공학과 80학번 중심으로 전문 인력이 확보돼 있고, 생산 부지도 경산 인근으로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서 초기 점화만 되면 속도를 내기에 충분하다. 총선에 나설 의식 있는 선량이라면 반드시 바통을 이어야 한다. 공약에 올릴 호재이자 지역 시도당 차원에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더없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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