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당신이 옳다(정혜신/ 해냄/2018, 초판 16쇄)

일상에서 많은 사건과 사고를 만나게 된다. 배가 침몰하거나 좁은 골목에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는 일까지…. 그리고 직장과 사회에서 겪는 크고 작은 실패와 상처까지 그것이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삶을 흔들어 놓고 허덕이게 한다. 그러면서 자아가 쉽게 어그러지고 마음에 우울감이 스며든다.

저자 정혜신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했으며, 최근 15년은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한 거리의 치유자다. 그녀는 스스로 자기를 돕고 타인을 직접 도울 수 있는 '적정 심리학'으로 소박하지만 집밥 같은 공감의 치유를 전하고 있다.

책 1장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서 개별 존재가 무시되고, 만성적 '나' 기근에 시달림으로 우리가 아픈 이유를 말하고 있다. 2장에서는 우울은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며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의 절실함을 강조한다. 3장은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공감의 방법과 4장에서는 개별적 존재로서 나와 너의 경계를 제시한다. 5장은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 넘기와 6장에서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공감의 실전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106쪽)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109쪽) 참혹함 속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전부 잃은 사람도 그 '한 사람'을 만나면 그 '한 사람'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한 사람은 세상의 전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110쪽)

우리에게는 손을 잡고 함께 울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며, 내 마음과 내 존재에 오롯이 집중해서 물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은 자기를 먼저 만나게 하고, 연민으로 어루만져 치유하게 한다. 그리고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삶에 지쳐 있는 곤고(困苦)한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공감으로 사라져가는 '나'를 소생시키는 심리적 CPR을 제공한다. 집마다 상비약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고 상처 났을 때 위로 받고 치유할 수 있는 상비 치유서로 권한다.

이은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