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범죄 혐의자 정계 복귀·진출 판 깔아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이 군소정당과 거래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범죄 혐의자의 합법적 정계 진출·복귀 통로로 전락할 조짐이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 비례정당으로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례대표 신당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비례정당 창당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지 않고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는 지역구 출마자 없이 정당 지지율로만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즉 이들이 비례정당을 만들어 본인들을 비례대표 2번(1번은 여성)으로 배정하면 정당 득표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 총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득표율의 50%만큼 비례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이다. 도입 명분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고 사표(死票)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는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은 물론 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위성정당 난립과 자질 논란을 빚는 비례대표 의원을 양산하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도입 과정부터 문제가 많았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노리는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요구를 들어준 '불순한 거래'였다. 이렇게 도입된 제도가 이젠 법적 심판을 기다리는 범죄 혐의자들의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의 통로가 될 판이다. 이보다 더한 정치의 희화화(戲畵化)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제도의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총선 이후 송영길·조국 신당 등과 합치면 실질적 제1당이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이들 신당이 21대 총선 때 열린민주당처럼 사실상의 위성정당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탄해 마지않을 추잡한 정치공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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