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총선 의식하면 국민연금 개혁 못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4~6%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도 조정하는 국회 민간자문위원회의 개혁안이 나왔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덜 받기'에 대한 숫자가 명시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는 16일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선) 대안을 국회 연금특위에 보고했다. 국회는 이 개혁안을 토대로 연금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할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2.5%이다. 자문위 개혁안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소득보장 강화안)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재정 안정화안) 두 가지다.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은 "구조개혁의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국회 자문위 보고서는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맹탕 수준의 연금 개혁안보단 진일보하고 구체적이다. 당시 복지부는 '더 내야 한다'는 방향성만 정하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국회 역시 보험료율 등의 조정 없이 추상적인 구조개혁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한 정치적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연금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비판도 받았다.

연금 개혁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기본 전제는 보험료율 인상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쯤 소진된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주요 선진국(18%)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험료 더 내달라'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시간 끌기는 '폭탄 돌리기'다. 시기를 놓치면 보험료 인상 폭만 커질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확고한 연금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정부와 국회는 최선의 개혁안을 선택해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국가 미래와 국민 삶이 걸린 연금 개혁에는 여·야·정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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