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우라늄을 4년쯤 쓰면 1%가량 줄어드는데, 발전용으로는 용도 폐기다. 이 같은 '사용후핵연료'도 여전히 열과 방사능을 내뿜는다. 바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1978년부터 원전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쌓인 사용후핵연료만 1만8천600t에 달한다. 물론 아직도 버릴 곳이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수조에 보관 중이다. 온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냉각수가 계속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가 무해한 상태에 이르려면 최소한 10만 년이 걸린다. 이를 수조에만 보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임시저장수조 용량도 거의 다 찼다.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00t씩 생기는데, 2023년 현재 고리원전은 86%, 한울원전은 82.5% 수조가 채워졌다. 수조 포화 시점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1~2년 당겨진 2030년부터 도래한다. 세계 10대 원전 운영국(운영 원전 수 기준) 중 한국, 인도만 방폐장 건설에 백지상태다. 인도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니 예외다. 원전 건설 때부터 방폐장 건설을 준비한 핀란드는 2025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부지를 정한 뒤에도 45년 걸렸다. 스위스, 스웨덴은 부지 선정을 끝냈고, 프랑스는 2년 뒤부터 방폐장을 짓는다.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하 500~1천m 아래 묻어 버리는 심지층 처분이다. 터널 한 개에 수백 개 사용후핵연료가 채워지면 터널 자체를 아예 메워 버린다. 우리나라는 올해 부지 선정 논의를 시작해도 계획상 2060년에 방폐장이 완성된다. 조사 계획 수립과 부지 선정에 13년, 선정 부지에 지하 연구시설을 지어 실증 연구를 진행하는 데 14년,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국회에 특별법이 발의돼 있고, 여야는 10차례 심사도 했지만 빈손이다. 핵심 논쟁은 방폐장 규모. 원자로 설계수명까지 배출할 사용후핵연료만 기준으로 삼자는 야당과 원자로 운영이 길어질 수 있으니 충분히 확보하자는 여당이 싸운다. 누가 옳은지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고준위 방폐장은 여기저기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문제까지 정쟁거리로 만든다면 바로 그들이 역적이다. 연금 개혁부터 후세에 떠넘길 짐이 한가득이다. 제발 사용후핵연료 문제만큼은 매듭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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