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없이 수화기 '톡톡' 두드린 신고자…119상황실 발빠른 대처로 병원 이송

경북소방 119 접수요원, 수화기 두드리는 소리로 구급 상황 신고자와 소통

경북소방본부 119상황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본부 119상황실. 경북소방본부 제공

후두암 수술을 받은 신고자가 '톡톡' 수화기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구급 상황임을 알아차려 구급차를 출동시킨 소방관의 활약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4일 오전 4시 50분쯤,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신고가 들어왔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60대 신고자 A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톡톡톡톡톡' 두드리기만 했다.

"119상황실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최장헌(45) 소방위의 물음에도 A씨는 말이 없었다. 최 소방위가 "말씀을 못하는 상황입니까?"하고 묻자 A씨는 그제야 '톡톡'하고 두드렸다.

최 소방위는 "구급차를 바로 보내겠다"며 A씨를 안심시키고, 119위치정보시스템상의 위치가 맞는지 거듭 확인하면서 정확한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달라고 안내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로 '복부 통증이 상당히 심해 몸을 움직일 수 없다. 2층 집에서 건물 밖으로 내려가거나 현관 문을 열기도 힘들다'고 거듭 신고하며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함께 보냈다.

신고 10분 여 만에 포항남부소방서의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현장에 있던 A씨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은 A씨가 후두암으로 수술 받은 적이 있으며,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될 우려가 있어 병원 예약을 해 뒀던 사실을 확인했다. 발성기관인 후두를 절제하고 나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최 소방위는 "매뉴얼대로 조치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신호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세심하게 119신고를 접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치민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장은 "상황실 직원의 침착한 대응과 발 빠른 대처로 도민을 구해낸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119신고는 기존 음성통화 신고 외에도 문자, 영상통화, 앱 등을 통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진·동영상을 전송하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음성통화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도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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