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橫財)가 횡재(橫災)로 돌아오나? 운 좋게 얻은 재물이 뜻밖의 재앙이 되기도 한다. 횡재세가 그렇다. 1997년 영국 노동당이 횡재세를 처음 만들었다. 보수당의 마가릿 대처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많은 국영기업이 민영화됐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은 기업에 횡재세를 물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횡재세가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회사가 고금리로 벌어들인 초과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게 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공식 명칭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5년 평균 이자 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에 최대 40%의 부담금을 물려 서민 금융 지원에 쓰자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산하면 은행들이 1조9천억원을 내놓아야 한다. 이중과세 논란을 우려해 세금이 아닌 부담금의 형식을 적용했고, 자발적 기여라는 의미에서 기여금이라는 명칭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으로 강제한 만큼 엄연한 준조세다.
은행권이 이자 장사로 큰돈을 번 것은 사실이다. 서민들은 고금리로 고통받는데, 은행들은 '돈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은행원들이 챙긴 성과급은 1조3천800억원이다.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희망 퇴직자들은 위로금 명목으로 평균 3억5천만원을 받았다. 은행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으랴.
그렇지만 횡재세는 아니다.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법인세는 누진세 구조다. 이익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다. 따라서 일회성 초과 수익에 별도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은행이 손실을 봤을 때, 국가가 보조금을 주지도 않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횡재세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횡재세법은 법적 논란이 있다. 은행의 초과 이익 문제는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횡재세 문제는 은행권이 자초했다. 은행들이 비판 여론을 가볍게 여긴 탓이다. 진작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생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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