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해 만든 현수막이 노골적인 청년 비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사무처는 지난 17일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의 티저(맛보기)라며 총 4개의 현수막 시안을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정치는 잘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청년층을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당의 책임은 없다고 발뺌한다. 한준호 홍보위원장은 "(새 현수막은) 당에서 한 것이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서 한 것"이라며 "업무상 실수는 맞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현수막 시안이 최고위원회에 보고됐고,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내려보낸 관련 공문에 사무총장, 홍보위원장의 직함이 담겼음을 감안하면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현수막 시안 사태를 두고 청년층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을 무심결에 드러낸 것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정치·경제에 무지하고 무관심해 포퓰리즘으로 표심(票心)을 매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시안(試案)이라 해도 이렇게 모욕적인 문구를 생각해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반응이다. 그만큼 청년층은 격앙돼 있다.
민주당의 세대 모독은 노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어도 된다" "30, 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어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했다. 이를 이어받아 혁신위원장이라는 인사는 "남은 기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하는 게 합리적"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1로 표결을 하느냐"고 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노인 비하'에 이젠 청년 비하까지 나왔다. 청년층과 노년층 모두 무시와 폄하의 대상이라면 민주당이 존중하는 세대는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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