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학산책] 내시경 검사에서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 있다면 위암을 걱정해야 할까?

김호각 원장
김호각 원장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0세 이상의 가입자들에게 매 2년마다 위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제공해 주고 있어서 매년 연말이 되면 위내시경이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검사에서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 진단을 많이 받게 된다. 여러 매체나 인터넷 정보에 의해 장상피화생이 위암의 위험인자가 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장상피화생을 진단받은 분들이 내가 위암이 곧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장상피화생은 위벽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점막 상피세포가 현미경 소견에서 소장이나 대장의 상피를 닮아간다는 의미의 의학용어이며, 어느정도 진행하면 내시경 검사에서 육안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정상 위점막세포가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을 거쳐서 위암이 되는 과정은 1975년 미국의 코레아 교수가 제시한 코레아 가설이 흔히 인용되는데, 이런 변화에는 몇 가지 위험인자가 관여하고 있다.

우선 60세 이상의 고령과 헬리코박터 균의 감염이 장상피화생의 발생과 가장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연구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균이 감염된 위에서 감염이 없는 경우보다 장상피화생 발생이 유의하게 많았고, 일본에서는 10년 동안 관찰 결과 균에 감염된 위에서만 장상피화생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외 흡연, 짜게 먹는 식습관, 남성도 장상피화생과 확실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위암의 가족력이 관련이 있듯이 CDX와 같은 유전자도 장상피화생의 생성과 관련이 있다.

그러면 장상피화생이 있으면 위암의 위험 확률이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및 지역암등록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2020년 위암은 전체 우리나라 암종 중에 4번째로 흔한 암이며 인구 10만명당 평생 위암 발생율은 51.9명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9.4년간 장상피화생이 있는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 장상피화생이 없는 사람들보다 위암이 10.9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2008년 김 등의 연구 논문). 결국 장상피화생이 있는 사람 10만명 중 약 500명에서 평생 위암이 발생하므로 그 확률은 0.5%로 매우 낮게 된다. 또한 위암이 장상피화생과 관련이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장상피화생의 진단과 관리는 어떻게 할까? 진단은 위내시경 중에 위축성위염이 있는 부위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면 대부분 가능하며, 조직검사를 하면 더 확실하다. 이 경우 헬리코박터 균 감염 유무도 같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장상피화생이 관찰되었으면 없어지지는 않으며 치료도 필요없다 그 대신에 매년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위암을 조기나 초기에 발견하게 되어 위암 완치율을 높이고 심지어는 내시경절제가 가능한 경우도 많이 있다.

국가암검진에서는 2년 마다 위내시경이 제공되지만 위암은 발생 후 2년이 지나면 진행 위암이 될 수 있다. 장상피화생이 헬리코박터 균이 감염된 경우에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에선 유럽, 미국 등의 많은 가이드라인에서 제균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제균치료를 하는 경우 장상피화생의 진행도 줄이고 위암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위내시경에서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진단된 경우에 위암가족력이 있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거나, 흡연, 남성 등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는 지속적인 감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위암의 확률은 0.5% 미만으로 매우 낮으므로 과도한 걱정은 필요 없으며 매년 위내시경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도움말: 김호각속내과의원 원장 김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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