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영어마을 '보조금 부정 지급' 의혹…지자체·경찰 1년째 수사

원어민 강사, 근로장학생 인건비 지급 방식 문제…식당 계약 '일감 몰아주기' 지적도

경상북도경찰청 전경. 경북경찰청 제공
경상북도경찰청 전경. 경북경찰청 제공

대구경북영어마을(이하 영어마을)의 '보조금 부정 사용' 의혹과 관련해 대구경북 지자체와 경찰의 조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원어민 강사들 인건비를 연봉제(월급제)로 계산한 탓에 근무시간이 많든 적든 동일한 임금을 지불한 일이 문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북도와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영어마을의 '보조금 부정 사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영어마을은 통학형·숙박형 교육 프로그램을 1~5일 단위로 운영하면서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교육생 1명 당 하루 9~10만원의 참가비를 받고 영어 교육을 제공해 왔다.

교육생 참가비의 70%는 광역·기초단체가 지역민 영어체험 보조금을 집행해 영어마을에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교육생 측이 자비로 지불했다. 일부 지자체는 저소득층 및 지역민 복지 차원에서 교육생 자부담금(30%)을 추가로 지원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 '영어마을이 지난 6년(2016~2021) 간 보조금을 부정 사용했다'는 취지의 공익신고를 받아 자체 조사를 벌인 뒤 문제점을 파악했다. 공익신고자는 과다청구, 부당지급, 일괄인출, 사후정산, 사업비 내역 무단 변경 등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 내용을 같은 해 12월 대구시·경북도와 경북경찰청에 전달해 조사가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원어민 강사, 교육생 인솔자(근로장학생 인건비 등 보조금 지출 계산법 ▷영어마을 관계자의 이해관계인에게 식당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전해진다.

경북도 조사에 따르면 영어마을은 원어민 강사의 인건비를 실제 근무량보다 적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교육생이 폭증하는 여름방학 시즌에도 영어마을 측은 매년 강사와 맺은 연봉 계약에 따라 근무량을 일할 계산한 것보다 훨씬 적은 정액의 월급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영어마을 측이 교육생 인솔 및 돌보기를 도와줄 대학 경호학과·유아교육학과 학부생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근로장학생' 명목으로 선발한 것도 일반적인 근로 형태를 벗어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학금이면 학비 공제 형태로 지급해야지, 현금으로 지급해도 되느냐는 주장이다.

이 밖에 영어마을이 강사, 직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려 계약했던 식사 공급업체가 영어마을 관계자와 이해관계에 있어 '일감 몰아주기'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자료 수가 워낙 방대해 조사에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기간 6년 동안 영어마을에 실제 학생을 보낸 시군들로부터 수많은 교육 일정을 날짜·시간별로 집계하고, 이를 영어마을 측 보조금 신청 자료와 대조하느라 오랜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해당 기간 영어마을이 집행한 보조금은 150억원에서 18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정 집행한 비용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 기초단체에 지난해 분 보조금 집행 정산을 주문하는 한편, 영어마을에 대한 내년분 체험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보조금 환수 등 후속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영어마을 측에서 일부 환수 계획을 밝혔으나 지자체 조사 결과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돌려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된 상태다.

경찰도 지자체 협조를 받아 수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구시·경북도의 관련 보조금 담당자와 원어민 강사, 영어마을 예산 담당자 등을 수개월 째 조사 중이다. 영어마을을 거쳐간 직원과 강사는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조사 대상과 혐의, 수사 경과 등 자세한 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위법 여부를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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