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머리에 든 돌과 석유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수입 의존도는 95%에 달한다. '핵심 광물'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3D프린팅, 로봇산업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만약 핵심 광물을 많이 가진 국가들이 수출을 금지하거나 대폭 줄이면 우리나라 산업이 휘청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2차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등 14개국 정상들과 'IPEF 핵심 광물 대화체' 출범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천연자원은 지구에 존재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머리, 즉 과학기술 안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100년 전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원은 석탄 또는 석유였다. 석기시대에는 돌멩이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고, 철기시대에는 철이 중요한 자원이었다. 기술 수준이 돌멩이 가공에 머물러 있는 시대에 철이나 석유·석탄은 쓸모없는 물질에 불과했다. 철과 석유가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채굴, 제련 기술이 발달하고, 내연기관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역시 시대에 뒤떨어지면 자원으로서 가치는 줄어든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돌 다듬는 기술이 약화됐거나 지구상의 돌멩이를 다 써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청동기·철기시대를 열었기 때문임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 천연자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반(半)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돌멩이와 철'의 예에서 보듯 과학기술이 천연자원을 쓸모 있도록 만드는 것이지, 땅속에 물질이 존재한다고 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49%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있지만, 그 코발트로 돈을 버는 주류 기업은 콩고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다. 콩고 과학기술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지만, 2022년 한국의 석유제품(휘발유, 항공유, 경유, 나프타, 윤활유, 아스팔트, 기타 제품) 수출액은 570억3천700만달러다. 한 해 원유 수입액 954억5천만달러 중 약 60%를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한 셈이다. 정유 기술로 '없는 석유 자원'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핵심 광물'도 마찬가지다. 땅속이 아니라 과학기술에서 채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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