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지방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

지난달 수도권정비위원회가 비수도권 소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기존 공장을 이전·축소하지 않고 증설할 경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수도권에 지방의 반도체 기업 입주를 허용하기 위한 심의였지만, 이해 당사자인 지방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없었다. 이 결정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는 위기를 맞았다. 비수도권 반도체 기업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돼서다. 수도권이 스스로 규제를 완화하는 수도권정비위에 대한 지방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정비위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 1조는 '이 법은 수도권 정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여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과밀한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위한 법이란 점이 명확하다.

수도권정비위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중앙부처 차관과 서울·경기·인천 부단체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수도권 정책의 최고 심의 기구다. 수도권 과밀화를 정비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이지만, 조직은 수도권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수도권정비위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서울·경기·인천 등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수도권정비위의 행태에 대한 지방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정비위가 설립 취지에 맞게 역할을 하려면 지방을 대변할 인사가 위원회에 포함돼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한민국시장군수협의회는 물론 지방시대위원회가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시대'가 국정 과제인 윤석열 정부에서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원 등 수도권 규제를 푸는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정비위의 조직 개편과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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