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저출산 문제, 물량 정책보다 정책 신뢰도 높여야

지구촌 전체가 저출산 늪에 빠졌다. 중국은 초혼자 수가 급감하자 안후이성 린위안현(인구 299만 명)에서 올해에만 사립유치원 50곳이 줄폐업했다. 한국은 2100년이 되면 인구 3천500만 명 이하로 현재 대비 40% 감소(2019년 UN 인구 전망 보고서)하고, 1억 명에 달하는 베트남은 7천만 명대로 급감한다. 출산율에 관심 없던 북한도 16일 '어머니날'을 맞아 자녀가 많은 여성에 '노력 영웅 칭호'를 수여하는 등 출산 장려 풍토 조성에 나섰다.

미혼자가 폭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출산 후 18세까지 양육비를 보면 중국의 경우 100만위안(1억7천만원), 한국은 3억6천500만원에 달한다. 젊은 예비부부로서는 힘든 부담이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280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퍼부었다. 미국 워싱턴대학 류예따오 연구원은 "한국은 2006년부터 출산 장려 운동을 폈으나 효과는 인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일각에서는 출산 정책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 지원 중심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 예산 증액보다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의 안전과 건강 관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만 해도 지난달 5세 남아가 어린이집에서 코뼈가 부러져 해당 원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벌어졌고, 7월엔 3세 여아가 어린이집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대 위험성에 노출된다면 아무리 공짜라도 기관에 맡길 부모는 없다.

비위 없는 교육 환경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출산 휴가와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1년째 수사 중인 대구경북영어마을 부정 보조금 의혹도 속히 종결하고 범죄가 드러나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앞으로 육아와 교육과정상 드러난 범죄는 최소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 태어날 아이들이 사망 근로자만큼 중요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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