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곤 작가의 개인전 'LIGNE DE FUITE 탈주선'이 오는 25일까지 을갤러리(대구 남구 이천로 13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3년생인 작가의 생애 첫 개인전이다.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팽팽하게 조율된 작품을 보면, 첫 개인전은 늦은 것이라기보다 작가의 엄격한 염결성에 따른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사용하는 대신, 패널에 재봉실과 못, 침핀, 에나멜 등을 재료로 격자무늬의 기하학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마치 건물을 정밀 시공하듯이 작품의 구성요소를 밀도 있게 배치한다.
그의 작품은 마치 손가락과 실로 하는 전통놀이인 '실뜨기'의 조형성을 띈다. 패널에 일정한 간격대로 못이나 침핀을 박고, 실뜨기를 하듯 수평과 수직으로 실을 걸어 팽팽하게 당겨 묶는다. 그 결과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선들이 전시장을 수놓는다.
경남 밀양 태생의 작가는 어린 시절 양잠(養蠶)으로 잠사업(蠶絲業)을 하는 부모 아래서 자랐다. 뽕잎을 먹여 누에를 키우고,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을 갖고 놀던 어릴 때의 경험은 무의식 속에 잠복하다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작가는 오랫동안 건축 공사현장 일로 생계를 꾸려오며, 바닥판을 정확하게 맞물리게해야하는 '데크플레이트' 시공을 주로 해왔다. 수평선과 수직선을 오차 없이 체크해야 했던 경험 역시 작업에 녹아져있다.
을갤러리 관계자는 "작가의 작업은 장시간의 노동이 요구된다. 그 지난한 과정은 재료에 정을 주며 재료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그리하여 작품과 하나가 되는 일"이라며 "그는 재료를 여러 스타일로 편집해서 일정한 형태를 조성하고, 스스로 빛나게 한다. 이는 작가가 실을 가지고 놀던 일과 자식을 키우는 일, 건축 공사장에서 시공하는 일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의 기하 추상은 얼핏 보면 쿨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온기가 감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허공에 실로 드로잉한 설치 작품 '무제 XV'도 감상할 수 있다. 4m가 넘는 높은 천장에서 색색의 실 가닥이 폭포줄기처럼 드리워진 탓에, 사방으로 돌아가며 미묘한 색상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053-474-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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