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이 또 나왔다. "국민은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산식(算式·계산법)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허영 의원은 2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산식을 아느냐"고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특정 정당과 출마자에게 던진 한 표가 전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어느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할지, 아니면 정당과 그 정당 소속 후보자를 분리 지지할지 등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투표만 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한마디로 '깜깜이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국민을 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 의식 있는 유권자가 아니라 '표를 뱉어 내는 자판기'로 여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소리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도입 논의 때부터 '난수표'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원들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야바위 선거법'이라고 불렸다. 허 의원은 이를 재확인해 줬다. 산식을 알고 있느냐는 김 의원의 추궁에 허 의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민주당과 짬짜미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2019년 "컴퓨터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부품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다 알 필요 없다"며 똑같은 말을 했다. 심 의원은 과연 산식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현행 선거제도는 난해할 뿐만 아니라 위성정당 난립에 따른 선거 혼탁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보완해 이 제도를 유지하자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기존 정당과 친연(親緣) 관계에 있지만 독자적인 '자매 정당' 창당은 막지 못한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도 선거 혼탁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유지해 군소 정당과 선거 연합으로 '윤석열 탄핵'이 가능한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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