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론으로 볼 때 가장 불가사의한 사례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한미동맹이다. 동맹이 70년 동안 존속한 것도 불가사의이고,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기술동맹으로 확대 진화한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국가의 이익을 좇아 쉽게 파트너를 교체하는 국제사회의 행태를 볼 때 한미동맹은 진행형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문장이 말해 주듯 영원한 동맹은 없다. 최근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외 전략 노선 변화는 전통적인 동맹이론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미국의 방기를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친중 정책이 현실이다.
한미동맹의 끈질긴 생명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존하는 북한의 핵 위협이다. 100만 명의 정규군, 핵무기 보유국, 핵탄두 소형화, ICBM, SLBM 등의 위협이 가중되는 한 존속할 것이다. 두 번째는 동맹 정체성이다. 한국인은 미국을 일본 식민통치 해방자, 북한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구조자, 6·25전쟁 후 원조자로 인식한다.
미국에 대한 인식과 북한의 물리적 위협 인식, 한미동맹에 대한 정체성을 통해 동맹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셋째는 70년 동안 구축된 한미동맹을 우월하게 만드는 자산 특수성이다. 공통 사용 가능한 무기체계, 통합지휘체계 구축, 단일작전계획 유지, 한미 통합 전투력 전환 등을 통해 한미연합작전을 위한 상호운용성을 보장하여 다른 안보 체제로 대체할 수 없는 비교우위를 가지게 되었다.
실시간 중계되는 지구촌 전쟁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 동맹의 존재는 필수다. 전쟁무기와 물자가 지원되고, 국제적인 용병부대가 가담하고, 민간 단체와 일반 시민, 해킹 조직 등이 가담하여 정보심리전을 펼치는 등 전역의 범위를 제한한 세계대전을 방불케한다.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은 항모 전단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약소국은 미국과 서방의 전쟁 지원이 없었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은 지저분하고 파렴치하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난민을 양산하고, 부녀자, 어린아이들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다. 최첨단 무기와 재래식 무기가 혼합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류는 핵무기 사용의 유혹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다. 이러한 욕망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기존 질서를 위협하고 핵무장을 통해 핵억지력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격화되는 미중 패권전쟁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 고희를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가장 먼저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 짓는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군사력이다. 21세기 전쟁 예측에 실패한 미국의 군사력은 불행하게도 지구촌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역을 동시에 상대할 능력이 없다. 미국의 군사력과 기술 혁신이 중국의 군사력을 능가하고 세계 1위를 유지할 때 동맹은 유지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국가정체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지속된다. 한국을 보호한 물리적 행동에 근거하여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을 봉쇄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 임무라고 규정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셋째, 한미동맹이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진화해 나갈 때 가능하다. 새로운 위협을 다루는 데 유용하고 필요한 도구로 진화한다면 계속 불가사의한 동맹으로 지구상에 남을 것이다. 끝으로 한국의 정체성이 반미(反美)로 돌아서지 않고 실용의 가치를 계속 불어넣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대성 정치학 박사(前 국방정보본부 보안정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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