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On] TK에 구애한 한동훈 장관, 출마한다면 어디로?

◆한 장관 "대구 시민 존경" 대구 발언…장관이 아닌 정치인으로 TK를 향한 애정 드러내
◆서울 강남3구 또는 종로 출마설 높아…대구 혼란 때 가능성 있지만 현실성 떨어져
◆국힘, 한 장관 앞세워 반전의 기회 삼아 내년 총선 수도권 바람 일으키겠다는 계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시민들의 요청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4년 총선 출마 의지를 사실상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총선 성적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여권은 보수층에게 신드롬을 일으키는 한 장관을 앞세워 반전의 기회를 삼겠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설을 흘리면서 연일 언론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한 장관 출마설에 보수층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대구에서 한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권에 데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에서도 한 장관 마크맨(전담기자)으로 법조팀이냐, 정치팀이냐를 두고 헷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치 데뷔 발언으로 "대구 시민 존경"

한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에서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국무장관이라기보다는 출마를 앞둔 정치인으로서 보수의 심장인 TK를 향한 분명한 구애의 발언으로 읽힌다.

그는 '대구 방문이 총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구 시민들을 평소에 깊이 존경해 왔다. 대구 시민들은 처참한 6·25쟁 과정에서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워서 이긴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구 시민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시작하고 다른 나라와 산업화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TK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다. 넓게는 TK의 정체성을 넘어 보수층 전체를 향한 립서비스다. 대한민국 보수층은 6·25 전쟁에서 공산주의를 물리치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시작해 선진국에 이를 정도로 국가를 발전시켰다는 것이 정체성의 핵심이다. 이런 정체성이 보수 정당을 오랫동안 지지한 배경이다. 따라서 이날 발언은 한 장관이 TK과 보수층을 겨냥해 고도로 계산된 데뷔 발언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이날 동대구역에서 기차 출발 시간을 3시간이나 미루면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주는 모습은 평소 도시적이고 논쟁적인 면모와는 많이 달랐다. 시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에 열광적인 반응도 나왔다.

한 장관의 방문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참여 직전 행보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3일 대구를 찾아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자, 어려웠던 시기 1년 간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라고 말한 뒤 바로 다음 날 대검찰청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총장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구 발언이 보수층을 향한 정치 데뷔 무대였다면 21일 대전 발언은 좀 더 구체적이다. '한 장관의 문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견해'에 대해 그는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나는 나머지 5천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현 국회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기득권에서 소외된 국민들과 함께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총선 출사표를 던진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해 과학기술 우수인재 비자 제도 관련 내용을 유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사용설명서

한 장관이 출마 지역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권 핵심부도 출마로 기울었지만 장관 사퇴 시기와 출마 지역은 결정하지 못한 듯하다.

우선 ▷대구 지역 출마 ▷서울 강남 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출마 ▷서울 종로 등 격전지 출마 ▷선대위원장 겸 비례대표 출마 등 4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대구 지역 출마는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호사가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에 출마하고, 장제원·주호영 의원 등이 공천에 반발해 PK와 TK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영남권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면 한 장관을 대구에 출마시켜 상황을 정리하자는 얘기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달리 '한동훈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대구 방문 당시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닌 상황도 그의 대구 출마설에 불을 지핀 배경이다.

하지만 대구 여론은 대구에서 출마하기보다는 서울에서 여당 승리에 힘을 보태기를 더 바란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다소 낮다.

둘째, 서울 강남 3구 출마 가능성이다. 강남은 서울에서 국민의힘의 텃밭이다. 한 장관이 출마를 하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여권에서 한 장관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가장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같은 개인적인 캐릭터와도 맞는 부분도 있다. 한 장관도 선거구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 격전지를 비롯해 전국 지원 유세도 가능하다. 강남3구 중에서도 대검찰청이 위치한 서초을 지역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셋째, 종로 등 서울 격전지 출마 가능성이다. 종로가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는 덕분에 한 장관 차출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종로에서 당선되면 차기 대권 후보로 정치적 몸집을 단번에 키울 수 있다. 또 전쟁의 선봉에 서서 전투를 이끈다는 의미가 있는 덕분에 주변 격전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야당의 거물과 진검 승부에서 승리를 하면 강남에서 승리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정치적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낙선하면 차기 대선은커녕 정치인으로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넷째, 공동선대위원장 겸 비례대표 가능성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전국적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경우다.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비례대표는 후순위를 받을 공산이 크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언론에서 밝힌 구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한 장관이 어느 지역구에 가서 출마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면 훨씬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맡기는 것을 당 지도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선거법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현재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갈 경우 위성정당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 소속이면 법적으로 국민의힘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여권 핵심부가 한 장관을 반드시 국회의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강남 출마 가능성이 크고, 선봉에 세워서 바람을 기대한다면 서울 격전지 출마가 유력하다. 비례대표는 선거법 개정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