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비자 기만하는 ‘꼼수 인상’ 방치해선 안 된다

고물가 시대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여 편법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 부처 및 소비자단체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209개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가격·용량 변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다음 달 초 결과를 발표하고,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하기로 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소비자들이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워, '꼼수 인상'이다. 정부가 물가 관리 차원에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인 것이다. 참치 통조림이 100g에서 90g으로, 핫도그 한 봉지가 5개에서 4개로, 묶음 판매용 캔 맥주가 375㎖에서 370㎖로 둔갑하는 식이다.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인데, 값싼 재료로 대체하는 편법도 나오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마트 까르푸는 가격이 그대로이더라도 용량을 줄였다면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스티커를 판매대 앞에 붙이고 있다. 독일의 한 슈퍼마켓 체인도 비슷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은 제품 중량 변화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법률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쉽게 알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용량별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격표시제'가 단위당 가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원자재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얄팍한 눈속임으로 가격을 올리는 행태는 소비자 기만이다. 이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정부는 용량이 줄었을 경우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은 경영 혁신으로 원가를 절감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식품 제조 대기업들이 올 3분기 실적 호조를 거둔 점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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