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상용화에 나선다는 결정은 국내 산업 전반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일대 사건이다. 지난해 기준 593조원에 달하는 신시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200조원도 안 되는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해 더 큰 시장을 등지고 지내 왔다.
AI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메모리 분야는 미세 공정과 양산 능력이 중요하지만 비메모리는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 핵심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상용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샘플 성공에 불과한 현재 단계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의 대량 생산 가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구가 최근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는 파이(π)밸리프로젝트가 제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대구를 방문해 "경북대 전자학과가 30년 전 배출했던 인재 군단을 활용해 새로운 화합물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매우 참신한 발상"이라며 "이런 구상은 국가가 고맙다고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를 도와 관련 프로젝트가 조기 가동할수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공론화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약속해 놓은 게 있다. 국립경제과학연구원을 대구에 짓겠다는 대선 공약이다. 여기서 '경제'라는 문구를 '반도체'로 대체하면 '국립반도체산업연구원'이 된다. 도청 후적지에 이 연구원이 들어서고 주변에 설계와 디자인 집적 단지가 생긴다면 안성맞춤이다.
대구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중심에 서는 일은 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새로운 희망이다.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첨단 기술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게 돼, 제2의 경제 도약기를 맞는 일은 시간문제다. 반도체 생산품이 신공항을 통해 세계 곳곳에 배달되고 유능한 인재들이 대구로 모이는 일은 상상만 해도 좋다. 이제 한강이 아니라 낙동강에서 기적을 이뤄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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