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9 남북 군사 합의' 효력 일부 정지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풍'(北風)을 언급했다. 그는 22일 자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이런 걱정을 한다. (중략)… 정치적 위기에 처하고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고 했다. 여론을 빙자해 북풍을 언급한 것은 안보 불안 선동에 가깝다. 공당의 자세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9·19 남북 군사 합의라는 명분에 묶여 자승자박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철 지난 음모론으로 해석한 것이다. 대명천지 어떤 정부가 안보를 거래 조건으로 내민단 말인가. 민주당의 우려처럼 북한의 도발이 보수 진영 결집으로 귀결될 수는 있다. 이유는 간명하다. 민주당의 햇볕정책 계승 의지 탓이다. 가까운 예로 '북한 김여정 하명법'이라던 멸칭의 '대북 전단 금지법'에 처벌 조항을 신설했던 게 누구였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화려한 승전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며 미국 의회와 유엔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지지해 달라'는 서한도 보냈다. 이런 마당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9·19 남북 군사 합의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별개로 접경 지역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더욱 유지,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북풍 우려라기보다 북한 심기 경호가 아니냐는 세론이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북한 국방성이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은 건 예상된 수순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핵실험 가능성도 수순에 포함된다는 걸 온 국민이 경험칙으로 안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2023년에는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지만 2024년이 되면 김정은 결심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정세는 바뀌기 마련이다. '9·19 남북 군사 합의'를 불변의 경전인 양 받들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 등을 자행하며 일찌감치 합의를 어겼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끌려다닐 뿐이다. 지난 정부의 5년이 이를 잘 보여주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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