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래 세대 발전의 싹을 짓밟은 원전 예산 삭감

차세대 에너지원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이 무산 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SMR 등 원전 관련 예산 1천813억여원을 전액 삭감했다. 출력 300㎿ 이하 소형 원전인 SMR은 출력 조절이 용이하고 냉각수 없이도 원자로를 식힐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이다. 한때 야당도 i-SMR 사업만큼은 동의했다. 지난 2월 '제4회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서 여야는 법률 제정, 규제 혁신 등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심지어 민주당 이재정 국회 산자위원장은 불과 한 달여 전 우크라이나 외교 사절단을 만나 한국형 SMR 기술 수출을 적극 제안했다. 그래 놓고는 i-SMR 예산 전액 삭감을 주도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3천992억원을 투입해 핵심 기술개발과 원안위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다는 계획인데, 예산 확보가 안 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SMR 세계 시장은 2040년까지 연간 146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2029년 SMR 상업운전을 계획하는 등 선진국이 발 벗고 나선 이유다.

그러면 야당이 대폭 증액한 신재생에너지는 가까운 미래 에너지원이 될까. 감사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략은 주먹구구식 결정의 끝판왕이었다. 문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슬로건을 내걸자 당시 산업부는 전기료 인상 요인이 2016~2020년간 76조원이라고 보고했고,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특단의 인프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의견도 냈다. 그러나 '정무적 감각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됐다.

미래 산업의 핵심축인 '2차전지'가 포항을 중심으로 성장 일로다. 예정 투자액만 2030년까지 20조원이 넘고, 2027년 관련 매출액 100조원 이상이 기대된다. 문제는 물과 전기. 특히 2030년 전력은 1GW 이상 부족할 전망이다. 변전소 조기 건설과 설비 확충이 필요하며 SMR,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건설 중인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전기는 훗날 수도권에 몽땅 내어줄 판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공장 신축으로 전기가 부족해서다. 이처럼 절박한데 야당은 몽니만 부린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미래 비전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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