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 48일 만에 가자지구 여성·어린이 사망자가 1만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2배를 넘는 수준이어서 일각에서는 사망자 증가 속도가 21세기에 유례없을 정도로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이하 현지시간) 정확한 민간인 사망자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집계로도 대략 여성과 어린이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지난 23일 기준 1만4천854명으로 이 중 여성이 4천여명, 아동이 6천150명이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하는 사망자는 일반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각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가자지구의 여성·아동 사망자수는 1년 9개월간 이어진 우크라이나전 여성·어린이 사망자의 2배 이상에 달한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교전 기간이 불과 48일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망자 규모는 더욱 놀랍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전 전문가인 네타 크로퍼드 미 브라운대 교수는 이스라엘군 공습 사망자 규모가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아프간전에서 미군 측에 의한 사망자 1만2천400명에 육박한다면서 "매우 짧은 기간에 다른 전쟁보다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망자 중 여성·어린이 비율이 유독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마스 무장대원 대다수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 중 여성·어린이의 비중은 69%에 달했다.
과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사례만 봐도 이 비율이 2021년 무력충돌 때는 41%, 2014년 전쟁 때는 38%, 2008∼2009년 전쟁 때는 39%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통상적인 추세와 반대되는 "예외적인 통계"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동지중해 지역 담당자인 릭 브레넌은 NYT에 밝혔다.
NYT는 이처럼 유례없는 규모의 사망자가 쏟아져나오는 배경으로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인 좁은 가자지구에 초대형 폭탄을 이용한 공습을 엄청나게 많이 벌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내 1만5천 곳 이상의 표적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 선임정보분석가를 지낸 마르크 갈라스코는 "내가 그간 일하면서 봐온 어느 것도 뛰어넘었다"면서 이처럼 좁은 지역에 초대형 폭탄이 대량으로 쏟아진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군 폭발물 처리반 출신으로 국제앰네스티(AI) 무기 조사관인 브라이언 캐스트너도 "그들은 인구가 극도로 밀집된 지역에서 초대형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 요소의 가능한 한 최악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교전이 벌어진 우크라이나·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리 가자지구는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국경이 모두 봉쇄돼 있어 민간인이 피신할 안전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발표했지만, 가자지구 남부 등 다른 곳에서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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